서슬 시퍼런 국회 국정감사가 본격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긴장감을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등 피감기관은 자료제출을 위해 입술이 터지는 철야근무가 다반사다.
세상이 많이 맑아져서인지 아니면 몰라서인지 국민들이 충격을 받을만한 한방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4대강이니 개헌이니 하는 단골메뉴는 너무 식상해 별 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어떤 형태이건 소관 상임위에서 섬유․패션정책에 대해 한마디 할 텐데 이번 지경부 국감에서는 도통 무관심이다. 지경부도 섬유?패션산업정책에 대한 자료는 달랑 두 줄이 고작이다.
국회의원들이 성가시게 요구한 자료가 없으니까 제출할 이유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내년 섬유・패션예산이 올 보다 많이 늘어난다니 기대를 해본다.

섬유 패션 관심없는 선량들

그러나 국회의 무관심이 섬유패션산업 정책이 잘돼서 칭찬하는 의미라면 좋겠지만 아예 외면하는 차원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섬유, 패션산업 정책에 소극적이면 국회가 말로써 치도곤을 치드라도 지원예산을 대폭 늘려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얘기를 바꿔 지난15일 아침 오랜만에 섬유산업연합회가 부활시킨 섬유・패션업계 CEO조찬포럼이 그럴싸하게 진행됐다. 세계1위 패션 소매기업인 스페인 ‘자라’의 성공신화를 소개한 초청강사 이봉진 자라 리테일코리아 사장의 특강에 150여 참석자들이 숨을 죽였다.
귀동냥 눈동량으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자라’의 본포 인디텍스의 성공신화와 저력에 섬유패션인들은 입을 딱 벌리며 탄성을 자아냈다. 그 바탕은 자라를 배워야겠다는 강한 집념으로 이어졌다.
‘자라’브랜드의 패션 리테일 이노베이터는 단순한 매출과 순익규모의 세계1등을 넘어 경영전략에서도 상상을 초월했다. 그 핵심동력은 패션브랜드도 품질도 아닌 오직 스피드경영이었다.
작년기준 연간 매출 17조원으로 패션소매업부문 세계 1위는 저절로 이루워지는것이 아니다. 세계 77개국 478개 매장, 9400명의 직원이 있는 이 회사의 강점은 200명+100명이 쏟아내는 연간 2만5000개의 디자인이다. 전 세계 매장에 매주 2회 신제품을 공급하고 1~2개월내로 100%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산은 아직도 자가생산 10%를 유지하며 90% 외주 생산 하지만 스피드를 위해 스페인 본사 인접국에서 50%를, 나머지 50%를 아시아권에서 생산한다. 말이 쉬워 10%이지 17조원 매출의 10%를 스페인의 자가공장에서 생산하는것은 전량 해외 외주공장에 의존하는 나이키와 다르다.
경기가 좋지않은 올 상반기에도 그룹 총매출이 55억 유로로 전년대비 14% 외형성장을 이뤘고, 순익은 68%나 늘어났다. 지난 75년 창업이후 단 한번도 마이너스 성장이 없었고 경기의 호불황과 상관없이 매년 20% 내외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주이자 지주그룹회장인 아만시오 오르데카는 이제 세계9위 재벌총수다. 그러나 그는 명문 대학출신도 탁월한 경영학의 대가도 아닌 오직 속도경영으로 성공한 신화적 인물이다.
그는 고졸학력의 철도원의 아들이었다. 가내공업의 봉제사로 시작해 의류산업을 시작했다. 창업 장소도 스페인의 주요도시가 아닌 ‘아코루나’라는 시골 외진곳에서 시작했다. 제조나 물류, 유통, 마케팅 기반이 없는곳에서 당시 브랜드를 추구하고 속도를 백안시하던 시기에 브랜드없이 속도만을 중시한 사업모델을 전개해 전 세계를 석권한 것이다.
당시 패션품질하면 ‘제냐’, 브랜드는 ‘루이비통’, 디자인은 ‘프라다’로 상징된 여건에서 ‘자라’의 선택은 오직 속도경영이었다. 여기에 트랜드와 다양화를 접목시킨것이다.
바로 인간의 욕구는 최신 유행의류를 남보다 더 빨리 입고 싶어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중언부언하지만 ‘자라’에는 첨담 또는 고유, 독창브랜드가 없다. 스타 디자이너도 특허 기술도 없다. 오직 시장에 존재하는 기술, 시스템, 디자인을 나름대로 조합하고 편집, 재구성을 통해 ‘팔려는 옷이 아니라 팔리는 옷’을 만들어 최단 시일에 유통시킨다. 오로지 극단적인 최단시간 패션사이클 보장을 위해서 디자인, 디자이너, 생산, 물류, 매장, 인사, 조직등의 모든것이 톱니바퀴처럼 한 꺼번에 맞물려 돌안간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유연함과 단순함, 권한위임, 위험감수, 수직계열화를 통해 속도감을 가속화시킨다.
‘자라’의 유일하고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인 시간을 중심으로 한 종합공급체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스페인 자가공장이나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은 물론 아시아 권에서 생산된 제품도 모두 일단 스페인 본사 물류센터로 집결시킨다. 유연하고 통합된 물류센터에서는 세계 각국매장으로부터 필요한 오더를 받는다.
예를들어 0시에 오더를 받으면 즉시 물류센터에서 2시간이내 제품을 선별하여 포장한다. 그로부터 6시간이내에 세계 각 지역으로 비행기 또는 화물자동차를 통해 물류를 이동시킨다. 그렇게해서 유럽지역은 매장으로부터 오더를 접수한지 36시간내에 각 지역 매장에 유통시킬정도다. 유럽외지역 매장에는 48시간내에 유통시키는 분초경쟁의 속도경영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라’의 속도경영은 한국에서도 적중하고 있다. 올해로 3년차를 맞고있는 ‘자라’는 벌써 27개 매장에 매출 1500억 원을 올리고 있다. 점포는 백화점 가두점, 쇼핑몰 등 다양하지만 아울렛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제품이 공항에 도착하면 12시간 내에 통관과 라벨작업을거쳐 전국 매장에 배송을 완료한다.

뭉그적거리면 조난된다.

이 같은 ‘자라’의 성공신화인 속도경영은 SPA 브랜드를 추구하는 국내 대형 패션회사나 중견 패션기업 모두 철저하게 밴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계열 원단회사를 비롯 100여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자라’의 인디텍스의 자가 생산비중이 10%에 달한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속도경영을 위해 기본은 물류가 가장 유리한 인근지역에 있어야 함이다. 우리에게는 개성공단이란 인근의 소싱처가 있음을 활용할 수 있는것이다.
이봉진 사장이 주장한것처럼 “과거와 현재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한국의 패션기업역시 기술도, 브랜드도, 스타디자이너도 없던 ‘자라’가 속도경영으로 세계 1등 기업이 되듯 우리도 ‘자라’를 벤치마킹하는 ‘속도경영’으로 미래를 보장받아야 한다. 순발력에서 2등하라면 서러운 한국패션기업들도 능히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기때문이다. 더 이상 뭉그적거리면 글로벌 경쟁에서 조난될수 밖에 없는 절박한 시점이다. <국제섬유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