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섬유소재 비지니스장인 ‘2010 인터텍스 상하이’를 참관하기위해 지난주 현지를 다녀왔다. 주최측인 세계 최고권위의 전시전문업체 ‘메세프랑크푸르트’측이 10개국의 대표적인 섬유전문지를 선정 초청한것이다.
한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인도 홍콩 등을 포함해 각국의 가장 권위있는 섬유전문 언론사를 초청한 이번 ‘프레스릴리스’에 오래전부터 국제섬유신문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전문언론으로 공인받고있다. 70을 넘긴 백발의 프랑스 원로기자를 비롯 30~40대 중견기자들까지 함께 어울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면서 각국 언론인들은 어제가 옛날로 변한 중국의 끔찍한 발전을 새삼 공감했다.
필자역시 1년반만에 다시찾은 상하이의 외양에 깜짝 놀랐다. 마천루로 숲을 이룬 푸동을 보고 김정일이 천지개벽을 실토한 단순한 발전상이 아니었다. 첫눈에 놀란것은 상하히 공기가 1년 전과 달라도 너무 다른것이다.

상하이 인터텍스에서 확인했다.

지난 십수년간 상하이를 지켜본 인상은 언제나 잿빛하늘에 공해가 만연해 거리는 항상 뿌연 모습뿐이었다. 그런 상하이가 하늘이 파랗고 자동차 홍수속에도 공기가 몰라보게 청정해진것이다.
지난 5월1일 개막한 상하이 엑스포가 오는10월말로 마감되면서 상하이 시내는 외국인과 중국인을 합쳐 초만원이다. 관람객 7000만 명을 채우느라 요즘은 하루에 108만 명의 입장객이 몰려드는 곳이다. 각 성마다 할당인원을 배정해 연길에서 버스로 3일 동안 달려온 경우처럼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전언이다. 엑스포를 계기로 상하이 시내는 물론 인근지역까지 공해배출을 철저히 단속한 것이다.
언제나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치는 공산주의, 경제는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발전상을 세계 어느나라가 이겨낼 수 있을지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거리의 옷차림은 더욱 화려하고 세련된 채 여성들의 치마길이는 너무 올라가고 배꼽노출이 심해 보는 이가 민망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거두절미하고 돈이 있는곳에 시장이 있고 그곳에 상인이 몰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없다. 와환보유 2조6000억 달러가 상징하듯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돈이 넘쳐남을 피부로 실감했다.
이번 ‘2010 인터텍스 상하이’가 열리는 푸동의 뉴국제 엑스포센터는 우리나라 코엑스 보다 더 큰 전시장이 무려 11개나 된다. 5개W관과 E관 6개관으로 구성된 가운데 한국관과 이태리관이 들어있는 1관을 비롯 W2관이 국제관이고 E관6개관은 거의 중국업체로 채워졌다.
이 거대한 전시장의 실질지분 40%를 독일 메세프랑크 푸르트측이 갖고있다. 전시행사 매출로 연간 2조3000억원을 올리는 세계최고 권위의 전시 전문업체답다.
이미 세계 섬유패션소재업계에 회자되듯 ‘파리 프리미에르 비죵’에서는 아이디어를 얻고 ‘텍스월드’는 탐색만하고 장사는 ‘상하이 인터텍스’에서 한다는것이 정설이 되고있다. 역시 세계 20개국 2500개 업체가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 105개국 5만 여명의 바이어가 몰려든 것이다.
물론 중국의 내수 바이어들이 절대비중을 차지했지만 중국시장은 더 이상 싸구려 시장이 아닌 세계화된 시장임을 실감했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중국의 구매원단의 대종은 야드당 3~4달러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는 야드당 5~10달러짜리가 주종이고 높은것은 야드당 20달러짜리도 덜컥 물었다.
돈이 넘쳐나는 중국, 거기에 정부의 강한 내수 진작 정책은 중국 내수 패션원단시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작년 의류패션 시장규모가 1조3000억 위안 규모로 전년보다 35%가 증가한데 이어 올해는 물론 앞으로도 이보다 높은 신장률이 예고돼있다. 바늘과 실관계인 패션의류에 소요되는 원단소재 수요도 같은 비율로 폭증하고 있는것이다.
이번 ‘인터텍스 상하이’에 바늘구멍을 뚫고 참가한 한국관 71개사와 일부 중국관과 태국관으로 출품한 40여개사 등 한국업체 110개사는 솔직히 재미 좀봤다. 극소수 업체를 제외하고는 점심식사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담이 몰려 대박을 터뜨린것이다.
그야말로 중국은 의류패션에 이어 또 하나의 황금 직물 소재 시장임을 확인했다. 넘쳐나는 돈 만큼 한국산 섬유소재가 중국시장에서 일취월장할 수 있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직물원단의 섬유 소재산업을 중국이 따라 오지 못할정도로 차별화가 입증됐다.
각종 소재의 우븐직물과 니트직물에서 품질의 비교우위와 경쟁국보다 가격 경쟁이 앞섰다는 점이다. 솔직히 합섬과 교직물, 니트직물 등의 중고가품은 벌써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내공이 쌓였다. 한국산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는것이다.
한국산 직물원단의 비교우위는 중국업계에서도 인정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있다. 필자가 중국의 최대 합섬직물 산지이자 유통단지인 소흥과 경방성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직물업자들을 만나본 결과 중국 직물업계가 한국에 대한 일종의 공한증 현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2년전만해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원단경쟁력은 5년을 장담했다. 그러나 요즘 소흥일대의 분위기는 3년내에 한국에 추월당한다는 긴박감이 감돌고 있다는 것이다.
줄잡아 한꺼번에 20%이상의 임금인상에 노동법 제약과 외자기업에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는 갖가지 제약은 지난 10년간 다져진 한국의 구조조정과 차별화 기술앞에 손 들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관행으로 사용해오던 이른바 차부도(嗟不多)방식의 구태의연한 영업방침이 중국 직물산업 경쟁력의 조기퇴조를 재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中직물산업 3년대 한국에 밀린다.

‘차부도’란 품질을 정밀하게 비교하지 않고 대충 눈짐작으로 “색깔과 모양이 비슷하면됐지 조금 차이가 난다고 품질 클레임을 치느냐”는 식의 적당주의 사고가 결국 품질과 서비스에서 한국에 밀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정부가 IT다 뭐다하고 첨단산업을 중시할뿐 직물산업은 후순위로 밀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8월 전력 성수기에 소흥일대 직물공장은 작게는 일주일, 많게는 15일 동안 정전이돼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타산업에 우선 전력을 공급하고 직물산업은 뒷전으로 밀려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흥일대에서 한국의 현대그룹만큼 외형이 크다는 거대섬유집단 영통그룹이 섬유에서 손떼기 시작해 호텔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의 수출경쟁력도 낙관만 할수없다. 수출하면 증치세 17%를 환급해주는 정부지원책으로 버티었지만 업체들은 수출보다 마진이 좋은 내수쪽으로 대거 전환하고 있다. 바이어가 클레임을 제기하면 거래를 끊는것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한국의 우븐, 니트직물업체들로서는 천재일우의 호기다. 황금시장으로 등장한 중국 내수시장 확대와 수출시장에서 세어 확대의 기회인 것이다.
이 호기를 활용하기위한 우리업계와 단체 정부의 치밀하고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중소직물업체들의 해외 시장개척 지원책인 해외 전시회예산을 금년처럼 무차별 삭감하는 정부의 무능도 바뀌어야한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가장 큰 황금 시장으로 바뀐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 단체가 주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本紙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