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이란 이런 것인가! 세계 열강의 판도가 뒤집어 졌다.
꼭 100년 전 일제에 합병돼 세계지도에서까지 사라졌던 대한민국이 세계중심에 우뚝 섰다.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선진 모범국으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위상은 이제 에두룰 수없는 역사의 팩트(Fact)로 공인 됐다.
잠시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슬러 회상하면 마치 구름위에 둥둥떠있는 기분이다. 식민시대를 거쳐 3년 전쟁을 겪은 폐허의 땅 대한민국은 초근목피로 연명한 가난하고 서러운 변방이었다. 60년대 초 대졸자들까지 뒷돈을 주며 치열한 경쟁속에 파견된 독일 광부들의 막장생활은 노예생활을 방불케 했다.
그렇게해서 한 달에 미화 200달러에서 400달러 남짓 벌었다. 같은시기 역시 치열한 경쟁속에 서독에 파견된 간호사 생활도 장의사의 염사(喪禮師)와 다를바 없었다. 환자에게 주사를 놓은것이 아니라 알콜로 시체를 닦으며 월200달러 내외를 받았다.

막장 광부ㆍ염사같은 간호사의 마중물

이렇게 피눈물로 벌어들인 달러가 연간 5000만 달러. 이 돈이 마중물이돼 국내에 하나를 공장이 세워졌고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원사공장 설립에 도움이 됐다.
1974년 까지는 저 춥고 배고픈 동토의 집단 북한이 남한보다 잘 살았다. 그렇게 배고픈 설움을 숙명으로 안고 살던 대한민국이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최강 통치자들과 나란히 하는 G20 의장국이 됐다. 바로 이것이 천재 개벽인 것이다. 누구나 이 성을 가졌다면 이 순간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겨야하고, 양심이 있다면 누리고 사는 대한민국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져야한다.
그럼에도 세계가 선망하고 온 국민이 환호하는 G20 정상회의를 각혈하며 반대하는 일부 파문 만들기 작태는 무책임한 모순의 당착이었다. 제발 우리내부를 사분 오열시켜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는 타성적이고 상투적인 행태는 버려져야한다.
다시 우리 얘기로 돌아가 올해도 어김없이 섬유ㆍ패션인의 통합감을 불러일으키는 축제의 한 마당 섬유의 날이 찾아왔다. 단일 업종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한 24년전 11월11일을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
올해 축제의 섬유의 날 기념식은 G20 정상회의와 맞물러 18일에 개최되지만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선 한국의 위상처럼 꿈과 희망을 보태고 있다. 지난 수년간 잃어버린 세월속에 우울하기만 했던 섬유의 날 기념식이 G20정상회의 여운과 어울려 축제의 열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사실 지난 십수년 우리 섬유산업은 축소지양을 강요당하며 조난되거나 익사당하는 기업이 수두룩했다. 부도 돌림병이 창궐하면서 줄초상을 당하기 수년. 그런 변곡점의 꼭대기에 도달하면서 구조조정이란 혹독한 시련기를 거쳤다.
신규투자는 가뭄에 콩나기였고 있는 설비를 무차별 해외로 매각하며 숨만 쉬고 살았다.
요리집 막대기 3년 우려먹는 정도가 아니라 설치한지 30~40년 된 구닥다리 설비로 현상유지에 급급했다.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인력에 첨단 자동화 설비로 무장한 세계의 공장 중국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바라며 경기타령만 하던 섬유업계가 자포자기 상태에서 체념이 길게 밴 땅꺼지는 한숨소리가 요란했었다.
그러나 막장속에 갇혔던 섬유업계가 불과 5~6년 전부터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랜경륜의 기술노하우가 있어도 세계적인 첨단설비가 뒷받침되지 않은 한 공염불이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그 선두에 면방업계가 있었다. 지난 20년간 고립무원의 한계상황에서 내놓으라하는 대형면방업체가 건설회사등에 매각되는 비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광활환 공장부지를 곶감 빼먹듯 아파트 부지용으로 건설회사에 팔아치운 그런 소극적인 경영전략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린것 이다.
그리고 다시 재투자를 시작했다. 투자규모도 천문학적인 규모이었다. 면방회사마다 작으면 200~300억, 최근에는 단위공장 투자규모가 1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투자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사람없는 첨단 면방공장 설립붐이 일어나면서 비교우위가 확인됐다. 이미 한국의 면방업체 고급면사 품질이 세계 선두권으로 부상했다. 올해 같은 원면파동에도 떼돈을 벌고 있다. 혹자는 “올 한해 번 돈으로 면방업체에 따라 5년은 먹고살 것”이라고 평가 할 정도다.
첨단설비투자를 앞세운 면방업계의 돈 버는 진면목을 섬유스트림 전체가 주시하며 확신을 가졌다. 신규투자에 그 토록 인색하던 대형 화섬업계가 20년 만에 다시 투자를 시작해 증설에 착수했다. 극심한 경영난으로 간판내리고 문 닫았던 HK, 금강화섬도 새 주인이 인수해 가동을 시작했거나 준비중이다.
대구산지도 직기가 고갈돼 아우성이 나자 신규투자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너도나도 혁신지기 도입경쟁이 벌어지면서 직기 딜리버리가 8개월, 1년이 소요된다. 니팅기는 너무 많이 들여와 다시 과잉설비를 걱정할 정도다.
섬유와 패션이 급속히 접목되면서 섬유패션산업이 동반성장하고 있다. 산업용섬유의 상상을 초월한 진화는 정부와 국민의 고정관념까지 바꿔 놓았다. 강철보다 10배나 강한 슈퍼섬유의 진가에 국외자까지 찬사와 갈채를 보냈다. 앞으로 강하고 가벼운 경량화 추세에 따라 비행기, 자동차 소재의 50~70%가 섬유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눈을 뜬것이다.
해마다 7,8월 비수기면 고개를 길게 빼고 누렇게 부황들었던 대구산지가 올해는 비수기를 모르고 지냈다. 지금 이 순간도 치폰과 샤므즈 오더가 수십만 야드씩 딜리버리를 못해 바이어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잃어버린 15년에서 깨어났다

반면 니트업계는 기술ㆍ품질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지만 들쥐떼 근성의 소나기 진출로 시장에 망가지는 우를 범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도는 차로 졸치기로 비유 될 정도로 ITY싱글스판을 비롯한 니트직물 경쟁력은 한국의 특화품목이다.
그런 좋은 니트원단을 외부요인이 아닌 순전히 우리끼리 치고받는 제살깍기 경쟁으로 시장을 망치고 있다.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업계의 발등의 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니트업계의 표류와 방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더욱 올해 섬유의 날 기념식이 지난 몇 년전보다 축제 분위기로 치를 수 있는 것은 우리업계의 강한 신념속에 투자가 이루워지고 있고 실제 살림살이가 나이지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예산도 내년에 올보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더욱 고무적이다.
환율과 원자재가격 불안으로 복병은 있지만 우리나라만 겪는 고통은 아니다. 불황타개의 귀재인 우리 섬유ㆍ패션업계가 내년 섬유의 날에 더욱 웃을 수 있도록 업계, 정부, 연구소, 학계가 통합감을 갖고 정진하길 바란다.
더불어 올 해 섬유의 날에 영예를 안는 수상자 모두에게 진심어린 축하인사를 드린다.<국제섬유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