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이 껑충 뛰어오른 G20의 여운이 아직 깊게 머문 만추의 계절-. 더불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노다지 승전보가 이어지던 바로 그날, 섬유ㆍ패션인의 축제의 한마당은 더욱 돋보였다. 18일 열린 올해 제24회 섬유의 날 기념식이 섬유ㆍ패션인의 가슴 뿌듯한 팽창감속에 국가 기간산업의 신성장 동력에 대한 강한신념을 공유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훈포장 수상자를 비롯한 500명의 참석자는 물론 전국 섬유ㆍ패션인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됐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것 같지만 이미 변곡점의 꼭대기에 와있었다. 사양이란 모진 풍토병에 미운 오리새끼이던 섬유ㆍ패션산업이 백조로 변한 천지개벽을 실감케한 자리였다.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순환의 법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섬유ㆍ패션산업을 보는 국외자들의 시각이 180도 달라졌다. 정부와 정치권의 립서비스가 아니라 신성장 동력으로서 섬유ㆍ패션산업을 보는 시각이 판이하게 달라진 것이다.

더욱 커지는 섬유ㆍ패션찬가

우선 예산권을 쥐고있는 정치권의 섬유ㆍ패션산업을 보는 견해는 정부 전문가 빰치는 수준이었다. 참석 국회의원을 대표해 치사를 한 김영환 국회지식경제위원장의 전문 상식과 신념은 섬유패션인 못지않을 정도로 깊고 해박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IMF란 전대미문의 국난을 겪을 당시 과학기술부장관으로 재임할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정부가 30만 달러의 용역을 주어 세계적인 경제석학 ‘엘빈 토플러’에게 한국경제의 갈길을 물었다는 것이다.
‘엘빈 토플러’의 결론은 “앞으로 한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급격히 감소할 수 밖에 없어 IT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해야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에 김의원 자신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우리나라야말로 섬유와 같은 전통산업을 지키며 이를 ITㆍBTㆍNT를 접목하고 여기에 환경과 문화를 가세하면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논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반박이었다.
그는 이어 “기능성과 패션을 믹서한 스마트의류를 비롯 자동차, 비행기, 우주항공, 건축, 조선분야의 수요가 무궁무진한 산업용 섬유를 개발하면 어떤 산업보다 성장동력이 강하다”고 즉석에서 열변을 토해 갈채를 받았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에서 섬유ㆍ패션분야 육성지원 예산을 최대한 증액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위원장뿐 아니라 한나라당 중진 김태환, 서상기의원, 민주당 노영민의원등 여ㆍ야가리지 않고 섬유ㆍ패션산업지원에 팔소매를 걷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강력한 지원의지에 화답하듯 정부도 국가기간산업인 섬유ㆍ패션산업에 대한 지원육성의지를 더욱 구체화해 공개했다. 최경환 장관을 대신해 훈포장을 시상한 안현호 지경부1차관은 격려사를 통해 “정부는 ‘세계 4위 섬유 소재강국’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이미 산업ㆍ기술 혁신비전 2020’을 수립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 바탕위에서 고부가가치 첨단 융합섬유 소재를 개발하여 의류용, 생활용, 산업용분야로 확대시키고 자동차 등 수요산업과의 연계를 본격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뎃생만한채 색칠이 안된것으로 알았던 이른바 “‘신섬유 기술로드맵’이 이미 적년 11월 수립됐다”고 전제, 이를 바탕으로 슈퍼섬유, 나노섬유, 스마트섬유, 친환경 섬유 등 4대 신섬유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
특히 안차관은 이례적으로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을 인용해 우리 섬유 패션산업이 어디로 가야할것인가에 대한 대전제를 제시했다. 주유와 조조가 적벽에서 10만 명대 100만명이 싸우는 장면을 인용해 재갈량과 주유가 합심하여 100만명의 조조군에게 대승을 올린점을 상기시켰다.
이 같은 ‘적벽대전’인용은 중국등 후발개도국의 무차별 물량공세에 물량으로 맞불을 놓지 말라는 취지다. 슬기롭게 대응해 첨단기술과 품질로 승부하는 강소기업이 되어 세계를 재패하는 우리섬유 패션산업을 요구한것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과 물량싸움으로는 백전백패 할 수밖에 없으니 차별화 특화전략으로 품질경쟁을 해달라는 극히 상식적이면서도 필수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안차관은 또 이같은 정부의 섬유패션 산업에 대한 강한 지원육성의지와 함께 한편으로 업계가 새겨들어야할 뼈있는 충고성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 섬유 패션산업의 견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요즘 회자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원사가격이나 임가공료 문제등에 대해 섬유업계 자율의 조정문화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업스트림의 일방통행에 미들ㆍ다운 스트림이 고통받고 있는 원사가격과 원청 거래업체로부터 최종 임가공업체가 겪고 있는 가격후려치기나 어음결제등의 좋지못한 관행을 정부도 깊이 꿰뚫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어찌됐건 올 섬유의 날을 계기로 우리내부를 좌절하게 만든 외부의 오도된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분명히 실감할 수 있게 됐다. 단순한 옷을 만드는 섬유로 인식하던 국외자, 특히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섬유에 대한 상식과 진실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이다.
강철보다 10배 강한 아라미드 섬유와 탄소섬유, 비행기소재의 70%가 섬유로 사용한다는 사실에 섬유를 바라보는 고정관념 인식이 바뀐것이다. 의류용의 초경량 섬유와 자동차, 조선건설, 항공산업의 가볍고 강한소재, 인공피부, 인공심장을 포함한 첨단 메디칼 섬유등 섬유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은 바로 무한한 신성장 동력이란 말과 동일하다.

미운오리 백조로 만든 지도자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활용해 섬유패션산업 재도약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할때가 바로 지금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이 바뀌고 섬유라면 만져보고 준다해도 손사래를 치던 은행권의 태도로 바뀔 수 밖에 없다.
그 바로미터는 투자다. 지금 우리섬유패션업계는 잃어버린 15년을 만회하기위해 설비투자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단위기업 설비투자규모가 500억, 1000억 규모로 대단위다.
삽질하지 않으면 물이 고이지 않는다. 첨단 설비로 무장하면 이제 중국도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사실 돌이켜보면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미운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변하는 데는 2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사양이란 모진풍토병을 치유하는데는 섬유패션업계 지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우리업계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이은 연구개발의 결과다.
온 몸을 던져 25시 분골쇄신하며 섬유ㆍ패션산업을 움직일 수 없는 신성장 동력의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시킨 노희찬 섬산련 현회장과 경세호, 박성철 전임회장을 비롯한 역대 섬산련회장과 업계지도자들의 노고에 올 섬유의 날을 보내면서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훈ㆍ포장, 표창 수상자 모두에게 축하인사를 드린다.<本紙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