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이 무너진다. 비분강개한 국민의 가슴은 화석으로 변했다.
천안함 사태에서 잔인한 북한을 잠시도 방심해서는 않된다는 준엄한 자계훈을 통감했다. 그러나 그 충격이 잉크도 마르기전에 연평도가 초토화 될 뻔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악랄하고 고약한 북한집단의 천인공노할 행태에 국민들은 분을 삭히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초기에 즉각 응징하지 못하고 뭉그적거린 우리군과 정부의 굼뜬 대응력에 부화가 치민다.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라고 ‘되로 받고 말로 갚는 ’이스라엘 식의 전략이 우리에게는 왜 없는지 한심하다. “사람이 시원찮게 보이면 이웃집 송아지가 대든다”고 우리가 물렁하게 보이니까 북한이 간을 보고 망나니짓을 하는 것이다.
그런한편 이번 연평도 사태를 보고 우리는 그동안 큰 착각속에 살았다는 깊은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북한보다 경제력이 100배나 앞서는 세계 15위 경제 대국이란 자만심에 취해 북한의 전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대포로 얻어맞고 소총으로 응사했다.

작심하고 공격하는 놈과 방심하다 당하는 입장이 다르지만 연평도에서 대포를 맞고 소총으로 응수한 것은 부인못 할 사실이다.
세상천지에 적과 지척에서 총구를 맞대는 대치상태에서 1000여문의 해안포와 무서운 방사포로 공격해 오는데 우리는 자주포6문. 그것도 절반이 작동불능 상태였다면 어른과 애 싸음 아닌가.
폭풍을 예고하는 나비의 날개짓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의 연평도 화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입만 열면 재발시 10배 100배로 응징하겠다는 말은 공염불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더 이상 얻어터지고 내부분열과 장관 목아지 나가는 뒷북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대응책이 발등의 불이다. 동굴에 숨은 북한 해안포를 박살내는 “세계 최고 장비를 서해5도에 갖추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뭉개지 않아야 한다.
또 부화가 치밀고 괘씸한것은 중국의 태도다. 때리는 남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중국의 북한 편들기는 대국답지 못한 치사한 행동인 것이다.
차제에 우리 국민의 망각된 안보의식도 제 위치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자유를 만끽하고 경제성장에 전력투구 할 때 저들은 50년간 전쟁준비에 광분해 왔다.
첨단 정밀 무기야 우리가 앞서겠지만 치고 빠지는 저들의 작전에 결코 방심할 수 없다. 대통령의 ‘확전방지’ 지시 여부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국군통수권자이면서 국가 통치자의 입장에선 감정대로 처리할 수 없는 깊은 고뇌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전투기가 미사일로 공격하면 저들은 핵무기까지는 아니어도 수도 서울을 향해 장사포를 쏘아될것은 불문가지다. 그 상황이 됐을때 양쪽이 불바다가 되고 결국 잃을것이 없는 북한보다 우리들의 피해가 더 클수도있다.
대통령도 사람인데 왜 비분강개하지 않겠는가. 이것저것 통박을 계산하다보니 진실여부를 떠나 ‘확전방지’ 얘기도 나올 수 있는것이다.
북한은 상식과 진실이 통하는 집단이 아닌것은 전 세계가 알지 않은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G20회의로 국격이 껑충 뛰고, 아시안게임에서 중국다음으로 메달을 많이 따는데 대해 배가 아픈것이다.
배고픈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북한이 못 먹는 감 찔러나 버리자는 태도로 나온것이다. 그런 고약한 집단과 이웃하고 있는 우리의 태생적인 한계가 한심할 뿐이다.
그러나 어떤 논리도 국지전이건 전면전이건 전쟁은 안된다. 전쟁은 모든것을 다 잃기 때문이다.
때마침 연평도 공격으로 준 전시상태가 되면서 통일부가 재빠르게 섬유봉제 비중이 가장 큰 개성공단 방문을 또 다시 통제했다. 5.24 천안함 조치로 상주인력을 줄인데 이어 발 빠른 행보는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침략행위나 국민감정으로 봐서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그 보다 더한 조치도 강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섬유봉제 업체가 가장 많은 개성공단 입경을 막는것이 누구를 위한것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에는 121개 기업에 700명의 남측관리자가 있다.
4만6000명의 북측근로자가 근무하는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우리 관리자들의 식자재나 원 부자재까지 막아 버리면 그 부작용은 엉뚱하게 우리측 기업과 상주인원들에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 개성공단 입주기업대표들이 국회와 정부에 건의해 남측 직원이 굶지 않도록 우선 식자재 공급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원부자재 공급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고 자동차가 못 가니까 완제품 반출도 중단돼 거래업체들이 딜리버리 때문에 큰 타격을 입고있다.
개성공단을 폐쇄하지 않을바엔 사람 왕래나 원부자재 및 완제품 입출고를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 그 곳에서 사용하는 모든 원부자재나 설비는 모두 남측 재산이다.
더욱이 개성공단만은 남북 양측 다 함께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희생시켜서는 않될 절체정명의 당위성이 있다. ‘북한판 심천’으로 북한에 자본주의 실험장이고 우리 경제의 도움을 주는 당연한 논리뿐 아니다.
금강산 피격사건이후 남북간의 모든 대화채널은 오직 개성공단이 유일한 창구다. 아둥바둥 으르렁 거리면서도 적십자 회담까지 개성공단이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성공단 마저 없으면 남북은 대화가 아닌 총소리로 소통할 수 밖에 없다. 경제 사회적 이득을 떠나 긴장완화를 위한 유일한 노루목인 것이다.
가동 5년이 된 개성공단은 참으로 이상한 속성을 갖고 있다. 그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금강산사태, 천암함사태때도 그랬지만 이번 연평도 침략사태에도 외부와 완전 단절된 모습인 것이다.
연평도 사태가 터진 그날이후 아직까지 공장가동은 평소와 다름없이 이루워지고 있다고 한다. 북측 간부들 중심으로 소문을 모를리 없을텐데 근로자들은 조금의 동요없이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개성공단은 동요 안했다.

북측 근로자들도 어느덧 자본주의 의식이 몸에 베이기 시작해 노동하지 않으면 먹고 살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체득하고 있다는 것이 입주기업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초창기에는 불량이 나면 책임회피하기 위해 바빳지만 요즘은 ‘제가 잘 못했습니다. 더 잘하겠습니다’하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겉으로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황색바람의 의식 변화도 매우 큰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물론 춥고 배고픈 북한 경제를 생각할 때 월70달러의 임금은 그들의 호구지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임금전부가 본인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에 이것저것 떼고도 어느 정도 배분이 되니까 생활이 윤택해지고 그 나름대로 풍요롭게 사는 것이다.
그 바탕에서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투자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가장　 매력있는 투자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년간의 노하우로 숙련된 기술은 세계 어느나라 제품보다 우수한 품질이 보장되고 있다.
무관세에 물류비가 싸고 우리말이 통해 생산효율이 오르면서 남측 브랜드들로부터 오더가 폭주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전가의 보도처럼 남북 양측이 정치적으로 감정적으로 표피적 대응이 아니라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 차원의 대승적 판단을 중시해야 된다. <국제섬유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