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국력의 대한민국이 200위권 최빈국 북한에게 귀싸대기를 세게 맞고 끙끙 앓고 있다. 누가 봐도 잠자는 사자 콧털을 건드리다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로 초전박살을 낼 것으로 믿었지만 오히려 홍두깨로 맞고 방망이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판사판 지랄난사로 연평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괴물집단 북한은 헛방만 쏜 남한의 대응사격을 보고 기고만장하고 있다. 동에서 꽹과리 치고 서쪽으로 진군하는 성동격서식 도발로 서해뿐 아니라 경기도를 비롯 수도권 포격까지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다.
국방력이나 경제력이 부족해 당했다면 체념하겠지만, 우리군의 안일한 대응자세가 한때나마 대한민국을 풍전등화로 몰고 간데 대해 분통이 터진다. 첨단 무기를 앞세워 북이 도발하면 5분안에 초토화 시킬것으로 믿고 떵떵거리던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해 집단 실어증에 걸린 심정이다.

부익부 빈익빈 스트림 구조

북의 도발도 그렇지만 더욱 심각한것은 우리 내부의 자중지란이다. 북의 공격 낌새를 사전에 알고 대통령과 군에 알렸다는 정보기관 수장의 말에 청와대와 군당국이 펄쩍뛰는 것을 보고 국민의 가슴은 또 화석으로 변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할 책임있는 사람들이 한쪽에서 ‘바람풍’하고 한쪽에선 ‘바담풍’하는 햇갈린 모습이다.

어찌됐건 국민을 사시나무 떨듯 만든 정부와 군은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 국민도 더 이상 적전분열의 위험한 양태를 버리고 또 다시 두 번 당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군을 믿고 따라야 할 때다.
다시 본질문제로 돌아가 섬유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하면서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면사와 화섬사 가격이 폭등한데이어 품귀현상까지 빚어져 그야말로 파동의 일어난 것이다.

원인은 기초 원료인 국제 원면시세와 TPA, MEG 가격이 폭등해 연쇄반응을 일으킨 때문이다. 블랙홀 중국의 수요증가와 국제 투기세력이 섬유 원자재부문에 준동한것도 파동이 한축이다.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가격 추이를 보면 국제 원면가격이 120%까지 뛰었고 면사 값은 60~100%나 올랐다. 화섬원료인 TPA가격은 35% 올랐고, 화섬사 가격도 30~40%나 뛰었다.
가격뿐 아니라 화섬사 부문은 재고가 하루분에 불과해 품귀현상을 나타내 배급받는 형국까지 초래되고 있다. 반면 니트직물이나 화섬직물 가격은 고작해야 10%미만 올랐다. 의류수출단가는 평균 5% 내외에 머물렀다.

다운스트림으로 갈수록 콩값은 하늘높이 치솟은데 반해 두부값은 반영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바이어들이 당초 계약만을 고집하며 옷값 인상에 너무 인색하기 때문이다.
최종 제품인 의류가격은 미국 경기 위축으로 바이어들이 꿈쩍않고 있는데 반해 면사와 화섬사 가격은 원면가격과 TPA 가격이 오른 즉시 득달같이 반영한 것이다. 니트원단이나 화섬직물 등 중간에 끼인 분야는 원사가격 인상에 울고 밴더 압력에 옴짝달싹 못하는 맷돌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간의 양극화 현상을 드러내 수익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 시켰다. 대방을 중심으로 면방업체들은 원면파동이 최악의 국면을 보이고 있는데도 떼돈을 벌고 있다. 지난 3분기 영업실적만 봐도 주체 못할 영업이익을 냈다. 화섬업계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엔조이 하고 있다.
4분기 들어 화섬업계의 수입이 많이 줄었다고 엄살이지만 사실은 이익이 조금 줄어들 뿐이지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반면 직물업계는 밴더 의존률이 높은 업체와 직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간 차이는 있지만 원사값 인상을 밴더들에게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것이 현실이다.

더욱 최종제품인 밴더들은 작년보다 이익률이 급격히 추락했다.
미국인 3명 중 한 명은 자사 옷을 입는다고 선전하는 한세실업같은 니트의류 ‘빅3’중 한 곳도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70%(3분기)가까이 폭락했다.
물론 원료값이 오르니까 면사값과 화섬사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면사는 국내 수요의 절반밖에 카버하지 못하는 국내 생산 설비로봐 국내 가격이 비싸면 얼마든지 수입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화섬사도 중국ㆍ대만산이 싸면 국산 원사 제껴두고 수입사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무조건 다운 스트림이 어려우니 업스트림까지 적자보고 희생하라는 얘기는 시장원리상 맞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섬유산업 스트림간 구조상 다운 스트림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면사는 중국의 급격한 수요증가와 인도 파키스탄 면사 수입이 녹록지 못해 국산 면사에 의존하지 않으면 구매처기 없다. 화섬사도 근본적으로 국내 수요에 비해 공급이 15%나 부족한데다 덤핑제소로 묶어놓아 수입사의 가격 경쟁력이 훨씬 취약하다.
당연히 직물이나 의류업계는 가격은 고사하고 물량확보가 발등이 불이 되고 있다. 면방업체와 화섬업체가 원료값 인상을 즉각 반영하는 논리를 비판하거나 항의하고 싶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다운스트림이 죽건 말건 나만 살찌면 된다는 업스트림의 양태는 스트림간의 공조와 협력이란 차원에서 볼때 깊은 고려가 필요하다. 유자인 다운 스트림이 망하면 업스트림도 같이 망한다는 ‘주식회사 한국 섬유산업’이란 큰 그림속에 책임을 공유해 한다.

어느 면방업체의 양심경영

하나의 예증으로 우리나라 섬유업계의 수장을 지낸 모 면방업체 오너는 면사값 올리는 것을 극히 자제하여 조심스럽게 반영하고 있다. 원면값이 폭등하니깐 면사값 인상이 불가피 하지만 그 폭을 최소화해 다운스트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3분기 영업이익이 가장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료값 인상요인을 가급적 자체 흡수하며 고통을 분담하려는 노력이 대기업인 업스트림 자세이어야 한다. ‘네병 낫건 말건 내 약값만 받으면 된다’는 식은 섬유산업 각 스트림이 어려움을 딛고 함께 멀리가겠다는 경영철학이 아니다.
때마침 정부가 주도해 ‘섬유ㆍ패션산업 동반 성장 협의회’가 오는 9일 정식 발족될 것같다. 스트림별 대표들이 공존공영을 내세우며 수급문제와 가격문제, 정보교류를 위한 협력 MOU를 체결한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면사건 화섬사건 수급이 타이트하면 직수출을 줄이고 국내 공급을 우선한다든지, 가격 인상요인을 가급적 자체 흡수해 인상폭을 조정하여 상생하려는 자세로 큰 기업들이 솔선해야한다.
다운 스트림은 다시 수급 상황이 뒤바뀌더라도 이런 의리와 양심있는 거래선을 배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섬유 패션산업 동반성장 협의회’가 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국제섬유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