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저절로 이루워지는 요술이 아니다. 피와 땀이 범벅이 돼 인명과 재산의 희생을 전제로 쟁취하는 것이다. 불량정권 북한이 지랄 난사한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다시 눈을 떴다. 대전제는 ‘전 선을 지켜야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엄연한 자계훈(自戒訓)이었다.
우리군의 무기력한 대응에 등골이 오싹한 국민들은 아직도 노기등등해 있다. 그 많은 국방비를 쓰면서 북의 대포에 소총으로 대응한듯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여론이 치도곤을 치고 있다. 비분강개속에 불안에 떠는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음침마속의 각오로 국방장관의 목을 쳤다. 깡패집단 북한이 한 번만 더 까불면 공격지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초토화시키겠다는 대통령과 신임장관의 큰 소리에 어느정도 안도감을 되찾았다.
서해 5도는 물론 전선 전방에 첨단무기를 강화해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위상을 확실하게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오는 방망이 가는 홍두깨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본때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약방의 감초 성급한 폐쇄론 안된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아주 위험한 여론이 여과없이 돌출되고 있어 걱정이다. 남북관계에 크고 작은 돌출변수만 생기면 악방의 감초처럼 대두되는 것이 개성공단 폐쇄론이다.
개성공단에 대한 협박은 북한이 먼저 조자량의 헌칼쓰듯 자주 써먹은 숫법이었다. 김정일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방위원회 실세들이 서술 퍼렇게 폐쇄론을 들고나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입으로 마구 쏘아대는 대포소리였을 뿐 실제로는 유지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출입을 일부제한해 불편을 야기했을 뿐 근본문제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4만6000명의 일자리가 개성시민의 3분의2인 20만 명의 절박한 생계수단임을 그들이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미사일과 핵실험, 금강산 피격, 천안함 사건, 심지어 이번 연평도 포격에도 개성공단은 아무 동요없이 운영되고 있다. 나름대로 ‘북한판 심천’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실험장으로서, 그리고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의 발상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간에 정치, 군사적으로 단절된 상태에서도 개성공단이 유일한 대화통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도 남북긴장의 완충지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이 아니면 남북간 소통은 총질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 같이 정치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남북간에 싫건 좋건 대화통로인 개성공단 폐쇄론의 금기가 최근 깨지고 있다. 신임 국방장관이 취임일선에서 개성공단을 정치 군사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말하자 정부여당 일각에서도 이를 적극 동조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강경기류의 배경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홧김에 개성공단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도 북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면 폐쇄보다 더 한것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더욱 개성공단 폐쇄논리에는 우리 남측 상주인력 500~1000명의 인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 단선적으로 보면 그 논리를 배격할 수 없는것도 사실이다. 개성공단이 자칫하면 남북간에 심각한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정치적, 군사적, 인계철선(trip wire)으로 변질될것을 우려한 노심초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급한 예단을 전제로 개성공단 폐쇄론을 주장하는 것은 자칫 나무만보고 숲은 못 보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이 단순계산으로 북한을 도와주는 퍼주기라면 폐쇄를 해도 진작했어야했다.
경제적으로만 따져도 북한사람을 우리의 근로자로 고용하면서 그 이익의 몫이 누구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히 아는 사실이다. 북을 도와 주는것이 아니라 현재기준 121개 우리기업이 돈을 벌고 남측의 4000여 협력업체가 2만8000명의 고용을 유발하는 투자적지인 것이다.
지난 5년간 47억달러에 달한 거액의 남한경제 생산유발을 일으킨 곳이다. 금년기준 개성공단 반입품목중 41.4%가 섬유이고, 전자전기, 기계류, 생활용품 순으로 갈곳없는 경공업분야의 최고 투자적지이다.
단순한 경제적 손익은 뒷전으로 치자.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개성공단이 갖고 있는 정치 군사적 의미는 실로 막중한 것이다.
산업단지 용역보고서에 나타났듯이 개성공단은 북한의 남침로중 최고의 군사요충지었다. 그 곳에 주둔하던 북한군 6사단과 64사단이 개성공단 조성을 위해 북서쪽 약10km 후방으로 후퇴한 것이다. 개성공단에 가보면 북한군부가 남친로의 요새이자 노루목을 포기하고 10km 후퇴했을 때 강경군부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 추측이 나돌 정도다. 춥고 배고파 누렇게 부황든 인민을 구제하기 위해 거지 신세이면서도 큰소리 치는 북한 당국의 절박성을 알수있다.
또 개성공단 사업은 매장량이 무진장한 주요 북한 지하자원의 제3국 진입 차단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북한에는 마그네사이트 약2700조원규모, 석탄 2600조 규모등 북한 보유200개 이상의 주요광물증 주요광종 20개 기준 약7000조원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우라늄은 전세계 매장량 475만 톤의 약5배인 2600만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요한 광물을 제3국에 뺏기지 말고 개성공단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우리가 채굴 활용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또 개성공단 사업이 곤란해질 때 그것은 자칫 전면전으로 가는 위험한 상황을 남북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만에 하나 몇십명도 아니고 수백 명을 인질로 잡는다는 것은 바로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이고 전면전이 일어나면 북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것을 북한 스스로 잘 알것이다.

개성공단 상주인력 인질 가능성 있나?

그 뿐아니라 개성공단이 막히면 경제적 손실면에서만 우리측이 1조2600억 규모의 피해를 입고 북측은 GDP의 13%인 17억 달러의 손실을 입는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약5년간 숙련된 기능공 4만5000명을 중국등에서 활용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돼 비속한 표현으로 아까운 기능인력을 키워 ‘죽쒀 개 좋은일’ 할수는 없는 것이다. 또 지엽말단적인 문제이지만 개성공단 북측근로자 4만5000명에 1일 약15만개, 매월 약300~400만 개에 달하는 초코파이도 북한 주민의 남한경제 의존증대에 기여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자주 강조하는 북한 주민의 변화는 이미 남한의식이 강하게 베어든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 변화를 어느 권력자도 막을 수 없다’는 이대통령의 의미심장한 강조는 개성공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도발에는 강력히 응징하되 남북대화통로인 개성공단 폐쇄는 전면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욱’하는 감정대응은 안된다고 본다. 개성공단을 퍼주기로 매도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아무리 비싼 평화의 비용도 전쟁보다는 싸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남북 모두를 위해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국제섬유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