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新年辭

희망과 도전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은 올해부터 점진적 성장을 뛰어넘는 대도약의 방정식을 도출하는 새 전기를 마련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미국경기의 더딘 회복과 남유럽의 경제위기 속에 우리는 6.1%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뤘다. 전년의 0.4%성장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우등생 국가였다.
G20 정상회의를 통해 국격이 하늘로 치솟았다. 천안함사태와 연평도 폭격이란 끔찍한 악재에도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한 저력을 과시했다.
마치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국가와 전투를 벌일 때마다 주가가 상승한 것처럼 우리의 내공을 강해졌다. 잠시 방심하다 혀를 찔렸지만 막상 맞짱을 두면 북한정도는 장기판의 차로 졸치기다.
이 같은 한국의 저력은 세계가 공인하고 있다. 언핑칭 화약고라 하지만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추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섬유ㆍ패션경기 욕심내도 된다.

우리 섬유ㆍ패션산업의 경쟁력도 차돌처럼 강해졌다. 글로벌 경제위가기 미처 회복되지 못했던 지난해 섬유수출은 137억 달러를 돌파했다. 2009년 115억 달러를 겨우 턱걸이 했던것과 비교하면 20%가까운 경이적인 성장이다.
내수 패션업계도 걸림돌이 많은 악재를 뚫고 안정성장을 거뒀다. 봄에는 늦추위가, 여름에는 100년만의 홍수가 몰아쳤지만 겨울 들어 삼한사온이 되살아나 호황을 만끽했다.
패션경기의 공식은 경기30%, 날씨70%다. 천안함, 연평도 그리고 막바지 구제역이란 돌림병이 악재이었지만 패션매출은 평년작을 넘었다.
노스페이스가 빈폴과 함께 단일브랜드 최초로 연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하는 신화를 창조했다. 이랜드와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패션이 일찌감치 매출 1조 그룹에 등극했고 패션 그룹형지가 내년이면 1조 그룹에 가입하는 고도성장을 이루게 된다.
사회적 흐름에 민감한 것이 패션경기이지만 이제 우리 내부의 추세적 경향은 불황에도 기본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IMF때도 그랬고 글로벌 금융 위기때도 그랬듯이 패션시장의 잠재력은 예상을 뛰어넘어 올해 내수시장 규모가 32조원을 돌파했다.
물론 지난해 섬유패션경기를 내시경으로 정밀 진단할때 외양과 실제사이에 괴리가 있는 것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예기치 않은 국제 원면파동이 불거졌고 덩달아 화섬파동으로 이어지면서 환율도 하반기에 상당히 추락했다.
원자재파동은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국제 원면가격은 작년 상반기 파운드당 50센트 남짓이었다. 그러던 것이 10월 이후 고공행진을 하며 무려 3배 이상 폭등한 1.6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천정부지로 값이 뛰고 품귀현상까지 생겼다. 블랙홀 중국의 수요폭발이 몰고 온 폭등이었다.
원면값이 폭등하니 화섬원료도 덩달아 뛰어 실수요업계를 빈사상태로 몰고 갔다. 가격, 폭등은 고사하고 물량을 못 구해 배급받는 구조였다.
콩 값이 뛰면 두부값도 따라 오른 것이 순리지이지만 섬유 패션산업 구조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못한 잘못된 구조다. 수출은 거의 계절별로 시즌 초에 계약이 완료된다. 한번 계약된 내용을 쉽게 변경하기 어렵다.
더구나 주시장인 미국은 소비자 가격인상이 녹록지 않는 곳이다. 단 2~3%만 올라도 소비자 반응이 난리가 나고 구매가 끊긴다.
직물수출업계는 바이어의 저항을 뚫고 어느 정도 반영시켰지만 가장 비중 큰 의류 수출 업계는 원자재 가격인상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었다. 외형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급감할 수밖에 없었다.
내수 패션업계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원자재 값 폭등과 치솟는 소싱 비용으로 이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극소수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세일이 아니면 팔리지 않으니 원가상승요인을 벌충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금년 경기는 어떤가. 한마디로 올해는 외형과 부가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천재 일우의 호기를 기대 해본다.
물론 작년에 불어 닥친 원자재 파동과 환율상황이 쉽게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 환율은 오히려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원면수급도 녹록지 않다. 3월에 수확되는 호주산 등은 수량이 너무 작아 대세에 큰 영향을 못 준다. 벌써 수확도 되기 전에 입도선매가 끝났다.
8월에 수확될 북방지역 원면이 나와 봐야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지만 이 역시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의 수요가 어느정도 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화섬쪽은 상반기가 지나면 일단 수급에는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중국이 원료인 TPA 증설량에 비해 폴리에스테르 증설이 많아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하반기 TPA증설량이 쏟아져 완화될 것으로 본다.
국내 화섬메이커들의 증설분이 나오고 세워 두웠던 금강화섬 HK공장이 가동되면 원사 수급은 훨씬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출시황은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년간 묶어 두었던 미국의 의류소매가격이 어느정도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그 중심에 있는 중국이 지나해부터 30%나 원단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월마트, 타겟 등 유수한 스토어들이 이미 올 폴아이템 의류수입 단가를 10% 내외씩 올렸다. 소매가격 인상을 완강히 거부하는 백화점과 바이어가 있지만 가격인상 반영은 대세라고 본다.

‘(주)한국 섬유ㆍ패션 산업’ 동반성장 해야

세아ㆍ한세ㆍ한솔은 비롯한 대형 밴더와 중견 의류수출업체들이 지난해보다 매출목표를 30%이상 욕심껏 늘려 잡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면사수요도 그 만큼 늘어 날것으로 보인다. 직물 또한 시장가격 반영에 탄력이 붙은데다 한ㆍEU FTA로 직물경쟁력이 더욱 커진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데다 중국 내수시장 폭발은 더 없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본다. 화섬직물이나 니트직물이 활기를 띤다는 것은 면방ㆍ화섬메이커의 활황과도 직결된다.
내수패션경기는 경기지표상 성장률이 작년보다 낮은 4%대이지만 패션경기는 활황을 예고하고 있다. 패션소비패턴이 안정되고 있어 내수패션업계도 매출목표를 모두 상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스트림간 동반성장이다. 어느 일방의 우월적 횡포나 희생이 아닌 ‘주식회사 한국섬유패션산업’이란 공동체 의식이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우리 섬유ㆍ패션업계가 신묘년 새해에 망원경처럼 멀리보고 현미경처럼 세심하게 보는 안목으로 일취월장하길 기원한다. <本紙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