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해초가 되면 재벌총수들이 경영각오를 담은 메시지를 던진다. 박근혜 정부출범을 앞둔 올해의 경영각오는 위기 속 기회를 강조하면서 한결같이 희망과 긴장감의 양면성을 드러내고 있다.
강도와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축소경영이나 감량경영을 처방으로 제시하는 총수는 한명도 없다.

언제나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때가 더 많았고 그때마다 극복하지 못한 위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귀가 따갑게 들어온 ‘위기는 기회로’삼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새해벽두 함성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재벌총수들이 던진 신년 메시지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시난고난한 섬유패션업계 경영인들에게 금과 옥조같은 경영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비록 기업규모나 업종에서 비교할 수 없는 천양지차이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한다는 대전제는 공통이기 때문이다.

10년내 삼성의 모든 사업이 없어질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사 회장은 “정상에 다가갈수록 맞바람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제. “지난 성공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면서 도전하고 또 도전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0년안에 삼성의 사업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신년 경영의지는 섬유패션업계에 던지는 또 하나의 지침서란 점에서 따라하기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세계 정상의 기업 삼성이 “10년 안에 모든 사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현상에 안주하려는 잘못된 타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섬유패션업계가 경기환경 속에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탑경영에 치중하는 잘못된 사고를 겨냥한 송곳같은 지적이다. 현재의 섬유패션품목이 10년은 커녕 5년도 못가고 트랜드가 확 바뀐다는 엄연한 사실을 우리 기업인들이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의 신년 화두는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이다. 품질경쟁으로 성공신화를 일궈낸 현대차의 ‘제2품질경영’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품질경영으로 돌파해 전 세계 판매목표를 작년보다 4%이상 증가한 741만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의 이같은 신년화두야 말로 우리 섬유패션업계가 가장 손쉽게 받아들이고 응용할 가치가 있다. 섬유수출이건 내수패션이건 품질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면 어떤 불황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품질과 생산성으로 이태리나 불란서, 미국 일본산보다 비교우위가 있다면 연간 2000억달러 이상 수출하는 중국산 섬유제품시장 상당부문을 장악할 수 있다. 싸고 맛있으면 외할머니 떡, 계모떡 가리지 않고 고객은 줄을 서게 돼 있다.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의 신년사에서도 섬유패션업계의 갈길을 찾을 수 있다. 구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환경이 더욱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기에 일등기업이 아니면 성장이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냉엄한 상황”임을 유난히 강조했다. 바로 대안은 “세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시장선도 상품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한다”고 채근했다. 이와 함께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더욱 강조했다.

레귤러 제품으로 중국과 경쟁해서는 ‘백전백패’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기에 섬유패션업계도 시장선도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리고 눈앞의 이익만을 의식해 외국산 원자재에 치중하는 속 좁은 기업인들에게 보낸 메시지와 같다. 스트림간 동반성장의식이 어느 산업보다 절실한 섬유패션분야에 전달한 뼈있는 충고인 것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신년화두는 섬유패션업계와 동변상련이란 점에서 더욱 가까이 다가 오고 있다. 정회장은 “포스코의 중심축인 철강사업에서 생존을 건 치킨게임이 가속화될 전망이고 극한시련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의 쌀인 철강산업이 건설과 조선산업 위축으로 급격히 퇴조하고 있는 상황과 섬유패션산업이 겪고 있는 상황이 유사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휘둘려 섬유수출이 고전하고 내수경기 위축으로 패션산업이 심하게 출렁이는 상황에서 처지가 같다는 점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이같이 재계 총수들의 새해 화두는 한결같이 위기의식과 강력한 도전의식을 당부했다. 섬유패션업계에 던진 당면한 경영지침서이기에 더욱 값진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수출비중이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섬유업계는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 이어 이같은 재벌총수들의 뼈있는 경영화두를 새겨들어야 한다. 실제 글로벌 경영환경이 상반기가 지나면 하반기부터 회복될 수 있을 것이란 上低下高전망은 우리의 염원일 뿐 신기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류수출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은 재정절벽 위기는 넘겼다고 해도 해저드가 도처에 널려있다. 연중 가장 큰 대목인 홀리데이시즌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지난 크리스마스시즌의 소매매출이 2008년 이후 최악의 상태로 나타났다.

결국 그 여파는 올해 바잉에 그대로 전가돼 물량과 가격에서 상당한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후반에 이루어진 올 S/S시즌 상담에서 미국 바이어들의 가격동결은 커녕 더욱 깎인 수출단가가 올 풍향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언부언하지만 해외 소싱기지의 원가부담도 예사롭지 않다. 풍부한 인력에 안정된 임금을 바탕으로 밴더들이 가장 선호한 인도네시아도 최저임금이 60%나 올랐다. 베트남도 두 자릿수나 인상됐다.

해저드 많지만 극복 못할 위기 아니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체 소싱기지도 찾기 어렵다. 높아진 원가부담에 수출단가는 내려가서 아무리 통박을 굴려도 채산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설상가상으로 이미 960원 선까지 붕괴된 환율은 모든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수출비중이 높은 니트직물과 화섬ㆍ교직물시장도 쉽게 풀릴 기미가 없다. 세계 도처에서 오더가 줄고 가격조건도 호전되지 않아 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굳이 믿는 구석은 지난해 혹독한 불황으로 수요국의 재고물량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3월 이후 성수기를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풀릴 기미가 희박하다.
내수패션경기는 추운 날씨 덕을 본 패딩 자켓이나 모피, 내의류업계를 제외하곤 여전히 엄동설한이다. 새해에도 돌아가는 통박이 내수경기회복을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수요업계 경기위축은 화섬이나 면방업계에 직격탄을 날린다. 섬유스트림 모두 위기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성장할 수 있는 처방은 앞에서 소개한 재벌 총수들이 신년사를 통해 제시됐다. 기업규모와 업종에 상관없이 재벌총수들의 신년화두를 따라 실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처방이다. 지난날의 궤적으로 봐 좋은 시절보다 어려운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극복 못한 위기도 없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간직하며 전력투구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