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을 대표하는 전시회에 섬유 대기업은 한 업체도 보이지 않나요"

지난 9월 개최된 [프리뷰인 서울(PIS) 2011] 취재차 한국을 방문한 중국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던진 말이다. 필자는 이 말의 변명을 찾느라 땀을 흘렸다. 결국 필자 역시 우리나라 섬유 대기업들이 국내 전시회 참가를 거부하며 던지는 말을 인용했다.

"한국의 섬유 대기업들은 글로벌 정책의 일환으로 해외  전시회에 주로 나가고 국내 전시회는 중소 섬유기업에 양보하는 추세지요."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이렇게 얼버무렸다. 중국 기자는 "PIS의 규모가 중국의 섬유전시회에 비해 참가업체수나 전시장 규모를 놓고 봐도 대략 10분에 1가량 작은 규모인 것 같다"며 "중국에 잘 알려진 원사 대기업들까지 나오지 않아 더욱 협소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 중국 기자들이 지적한 대로 왜 우리나라 섬유 대기업(효성, 코오롱FM, 휴비스, 웅진케미칼 등 화섬원사 기업과 방직기업)들은 국내 전시회 참가를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의 국내 전시회 외면에 대해 주최측도 책임이 있지만 대기업 섬유기업들의 마인드 변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대기업들이 국내 전시회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시회 참가 비용 대비  효과가 안 난다"는 것. 그렇다면 대기업 담당자들 말처럼 효과 없는 전시회에 중소기업만 참가하라는 뜻인가.
막연히 효과가 없다는 식의 평가만 놓고 국내 전시회를 외면한다면 국내 섬유전시회는 설 자리가 없다. 아예 전시회를 하지 말라는 말과도 같다. 전시사업은 해당 업종 외에도 주변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주며 국가산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할 산업이다.

이런 산업에 대기업은 빠지고 중소기업과 해외기업들로만 채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PIS 평가회에서 전시회의 문제점도 지적됐지만 전시회를 통해 좋은 결과를 올린 기업들도 많았던 것으로 나왔다. 대기업들이 막연히 말하는 효과 없는 전시회는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대거 전시회에 참가해 섬유소재 분야를 공략해 들어오고 있는 마당에 대기업 섬유기업들이 국내 시장도 지키지 못하면서 해외에 나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대기업들이 전시회 부스의 상당 부분을 채워 준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 전시회에서 부스를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됐다. 이번 PIS에서도 주최측은  중국 참가 희망업체 20여개사를 출품시키지 않았을 만큼 중국 기업들의 참가는 확대됐다.  
대기업들이 돈을 쌓아 놓고 있으면서도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이것을 두고 대기업병의 한 사례로 꼽는 이도 있었다.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 섬유 대기업들이 정부의 연구자금 신청에는 혈안이 돼 있는 것도 대기업병의 전형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이익만 쫓아 가겠다는 발상도 하나의 병이다.

국내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는 대기업 섬유기업에는 정부의 연구자금 지원 신청에서 배제시킨다는 단서를 단다면 아마 줄지어 참가하게 될 지도 모른다. 국내 전시회를 외면하는 섬유 대기업들에게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