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의 분기충천에 대한민국 정치가 뒤집어졌다. 음모와 사술이 판치는 기성 정치권이 쓰나미를 만난 것이다.
분초를 다투는 변화의 물결은 이미 변곡점의 꼭대기에 와있다. ‘강남당’, ‘무기력당’, ‘늙은당’ 등 기성 정치권은 까막눈이었다. 트위터가 메기톤급 위력을 발휘하는데 붕 뜬 정당은 낡은 지역주의, 색깔론, 상살의 비방 전략으로 각혈하듯 싸웠다.

야권의 단일후보란 상징은 컸지만 시민단체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기존 정당으로는 안된다는 준엄한 자계훈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반성을 못하고 갈지자를 걷는 정당들의 뻔뻔함에 진력이 난다.

무상급식 찬반투표 때 따갑게 들었던 무승부 논리가 또 다시 비위를 거슬린다. 대한민국 2인자 자리를 내준 집권여당 대표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60년 전통정당이 후보조차 못 내고 곁다리에서 엉거주춤한 야당의 몰골도 말이 아니다. 개인도 정당도 존재감이 사라지면 다음은 타율에 의한 합병이나 소멸로 이어지는 것이다.

-섬유패션 돈 있는 곳에 시장 있다.

1억 8000만년 전 지구를 점령했던 공룡이 사라진 것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도 정당도 변화에 둔감하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사실을 이번 10.26 보선에서 명징하게 보여줬다.
다시 본질문제로 들어가 세계경제의 돌아가는 통박이 심상치 않다. 섬유패션경기는 아직 그런대로 가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경제 성장율이 2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 성장마저 어려울 것으로 전망 된데다 내년 경기전망은 더욱 어두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글로벌 재정위기가 대한민국에도 직간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우리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무역에 80%를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는 수출이 잘되고 증시가 활황을 보여야 섬유·패션이 동반 활기를 펴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내년 수출전망도 밝지 않고 무역수지 흑자도 크게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벌써 오금이 저린다.

천만다행으로 섬유수출과 내수패션경기는 아직 크게 위축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미국과 유럽시장 의존율이 높은 의류수출이나 원부자재 업계는 상황이 녹록치 않지만 니트나 직물업계는 환율 덕에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섬유수출도 지난 9월 실적에서 작년 동월보다 20%를 상회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지난 8월 10년 만에 처음 무역수지 적자를 보인데서 벗어나 작으나마 흑자로 전환했다.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니트수출 업계는 재고가 바닥났다. 대구산지 직기도 풀가동 중이다.

내수패션경기도 9월 이후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패션경기는 70%가 날씨가 좌우하고 30%는 경기에 영향을 받게 돼있다.
늦추위가 지속된 봄 장사부터 물난리로 아비규환을 겪었던 여름 장사 모두 망쳤으나 9월 하순부터 날씨가 한 몫 해줬다. 비록 반짝하는 가을장사도 날씨 덕에 한숨 돌렸고, 10월 하순 들어 갑자기 영하의 날씨가 불어 닥쳐 값비싼 아웃도어와 다운·패션 자켓을 포함해 겨울용 중의류 판매가 활기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 예보가 맞는다면 11월 초겨울 날씨가 자주 쌀쌀해 값비싼 겨울옷 판매가 크게 늘어난 전망이다. 경기보다 더 무서운 날씨 덕에 내수패션업계가 허리를 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섬유수출이나 내수패션업계 모두 하늘이 도와 웬만한 불황에는 끄떡없는 교두보가 마련돼 있어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사실상 우리의 도매스틱으로 간주해야할 13억 거대시장인 중국이란 천재일우의 돌파구가 있기 때문이다.

‘광에서 인심난다’고 뒤주가 가득차면 구매력이 늘어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인 못 할 현상이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해 이미 구매력에서 작년부터 미국을 앞섰다.

지난주 ‘2011 인터텍스타일 상하이’에 다녀와서 중국의 폭발적인 구매력을 소개한바 있지만 중국의 가파른 패션소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 기본은 돈 많은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통계는 중국의 1인당 GNP가 3000달러 남짓이지만 13억 인구 중 연간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인구가 3억 명을 돌파한 것이다.

이 숫자는 정식 세금을 내는 기준일 뿐 인센티브가 보편화된 중국은 2만 달러가 아닌 몇 십만 달러 소득자가 단정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다.

더구나 패션에 대해 눈을 뜬 중국의 패션시장은 무서운 속도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랜드와 베이직하우스가 중국 매출이 수직상승해 화제가 된 것은 이제 옛말이다.

제2, 제3의 이랜드가 얼마든지 가능한 시장이 중국이다. 패션에 눈을 뜬 그들의 씀씀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고급 백화점의 명품코너가 파시를 이루고 소재 역시 고급일수록 더 잘 팔리고 있다.

거대한 중국시장은 이제 가격은 따지지 않는 곳이다. 품질만 좋으면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
패션제품이건 패션소재이건 고급일수록 잘 팔린다. 이랜드 제품이 중국시장에서 가장 비싼 존에서 승승장구하고, 패션소재도 차별화·특화된 고가제품이 불티나게 계약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도매스틱 천재일우 호재다.

그만큼 두둑한 지갑을 배경으로 그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이랜드가 처음 중저가로 승부하다 실패한 후 고가화 전략으로 선회해 성공한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극히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이제 중국에서 중저가로 승부한다는 것은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패션 브랜드이건, 섬유·패션소재이건 고급·고가화가 성공의 바로미터인 것이다.
중국인들은 세련되고 멋진 한국패션을 닮아가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속성을 갖고 있다. 여성들도 체형이 비슷한 같은 동양인으로서 한국여성의 패션을 가장 선호한다.

장사의 방법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계약금 30%, 물건 선적 시 30%, 물건도착 후 30%주고 나머지 10%는 하자 없을 때 주던 관행이 바뀌고 있다. 정상적으로 영수증 받고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중국장사해서 돈 번 사람 드물다는 속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져도 중국은 9%이상의 성장에 이상이 없다. 이 황금시장을 우리의 도매스틱으로 만들기 위한 업계와 단체, 정부의 올인 전략만이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안정성장을 위한 지름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국제섬유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