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관세 즉시 철폐 품목 국내 생산기반 공동화
경쟁력 있는 PEF직물. 니트직물은 5~10년 철폐
붕괴된 의류봉제 생산 기반 복원돼야 수혜 만끽

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가 국회비준을 통과한 가운데 향후 우리나라의 대미 섬유수출은 2005년 섬유쿼터 폐지 이후 잃었던 실지회복에 서서히 도움이 될 것으로 일단 기대된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로 관세 즉시 철폐 품목이 국내 생산이 공동화(空洞化)된 품목에 집중돼 있어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며 향후 5~10년 사이에 우리나라 주종 품목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져 성급한 기대는 금물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전후방 연관 산업 효과가 큰 의류봉제 분야 등 섬유제품 분야의 생산설비 확장을 겨냥한 섬유산업 육성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산업연구원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전 산업평균 1.5%에 비해 10배 이상 고관세인 섬유분야 평균 13.1%(최대 32%)관세가 폐지돼 주요 경쟁국인 일본, 캐나다, 대만, 중국, 멕시코산에 비해 가격경쟁력 개선으로 2005년 섬유쿼터 폐지 이후 미국 내 수입비중이 0.9%로 추락한 한국산 섬유수출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미 섬유수출 12억 1800만 달러(미국으로부터 수입은 3억 6500만 달러)에서 연평균 2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수출증가와 생산성 향상 등으로 향후 15년간 연평균 4846억원의 생산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미 FTA를 계기로 장기적으로는 신규 투자와 고부가 섬유개발, 브랜드력 향상 등으로 신규인력 및 고급인력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관련 도레이 새한이 한·미 FTA에 대비해 이미 600억원을 투자해 2013년 탄소섬유 생산을 계획하고 있고, 2022년까지 1조 3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방침이다. 또 중국진출 한국 기업들의 리턴이 기대되는 등 많은 기대효과를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는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관세 즉시 철폐 품목과 5년간 나눠서 철폐하는 품목, 그리고 10년에 나눠서 철폐하는 품목으로 나뉘어져 있어 당장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대미 수출이 확 늘어날 소지보다 5년, 10년 후에 점진적으로 증가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으로 보여 지고 있다.

실제 내년 1월부터 한·미 FTA가 발효되면 관세 즉시 철폐 품목은 인조스웨터(32.0%), PE단섬유(4.3%), 남성 합섬셔츠(25.9%), 남성 모직정장(27.3~17.5%)등 극히 제한적인 품목뿐이다.
그러나 섬유쿼터가 폐지된 2005년 이후 국내 스웨터 생산기지는 사실상 초토화 돼 있고 남성 합성셔츠와 신사복을 생산, 수출할 만한 대형 봉제공장도 공동화 된지 오래다.

또 PE단섬유는 고작 4.3% 관세 철폐로 큰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상태이고 합섬모포나 면 양발 공장도 수출경쟁력을 갖춘 규모 있는 대형 공장을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관세 5년 철폐 품목에 남성 면셔츠(19.7%), PEF직물(14.9%), 화섬양말(4.6%), 면직물(6.0%), 화섬편직물(염색·10.0%), 합섬 면 블라우스(32.0%)등도 봉제가 대종을 이루고 있어 이 또한 국내 생산기반이 복원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마지막 관세 10년 분할 철폐 품목은 화섬편직물(탄성사, 함유 등 12.3~10.0%), PE강력사(8.8%), PEF직물(염색·14.9%), 남성 면셔츠(편물·16.6%), 여성 면바지(직물·16.6%)등으로 경쟁력 있는 대표 품목인 PEF직물과 남성 니트셔츠 등은 10년 분할로 묶여 있어 당장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또 한·미 FTA는 원산지 규정상 얀포워드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한국산 원사나 미국산 원사(면사는 미국산 원면)를 사용하지 않으면 관세 철폐 혜택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중국산 원사 사용은 금기사항으로 돼 있다.

따라서 관세 즉시 철폐 혜택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국산 섬유류는 5년, 10년 후를 대비해 붕괴된 봉제공장을 비롯한 섬유제품 생산설비를 규모 있게 하루속히 복원시키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