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협회

아주 신기하지만 말 못한 짐승들도 뛰어난 영감이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 징후가 보이면 코끼리부터 미리 알고 고지대로 대피한다. 배가 가라앉을 것을 예감한 쥐는 사람보다 먼저 빠져나간다. 난파선에 쥐 빠져 나간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다.
논리의 비약이지만 사회적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권력의 세계에서는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요즘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정치권의 코메디성 술레잡기가 가관이다. 집권초기 무소불위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 앞에 추종세력은 군주시대 왕과 신하관계다. 세월이 총알처럼 빨라 집권후반기 레임덕에 걸리면 이빨 빠진 호랑이 보듯 우습게 안다. 그리고 제 살길 찾아 배신과 망덕을 밥 먹듯 한다. 옛부터 남의 집 간장 맛 본 사람이 ‘짜다’, ‘싱겁다’ 그 집 흉보듯 추종할 때 얻은 비밀을 새로운 유력자에게 까발린다.

밴더들의 정면돌파전략 배우자

출세를 위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카멜레온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 옆에도 어느덧 순장조(殉葬組)는 가뭄에 콩 보기이고 탈출조만 늘어난다.

‘차떼기당’ 오명의 한나라당에 잔유독성이 완전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돈봉투 사건이 불거졌다. 득달같이 ‘만사 돈통당’이란 우사거리가 생겼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리는 대통령의 집권초기라면 상상할 수없는 조롱거리다.

다시 본질문제로 돌아가 기업의 생리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 멈추면 쓰러진다. 매출이 늘고 이익이 생겨야 성장은 물론 존립이 가능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남보다 뛰어난 경영전략이 선결조건이지만 정비례해 경기가 따라줘야 한다. 안타깝게도 올해 세계 경제전망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많이 팍팍할 것으로 보여 진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가 진화는 커녕 유럽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인다고 하지만 내시경으로 들여보면 실업이 오히려 늘면서 더블딥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본의 저성장 역시 올해도 계속될 전망인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호황을 만끽하고 있는 중국마저 상황이 녹록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적어도 올 1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보다 해외수요가 더 줄어든 반면 종합적인 원가부담은 더 커졌다고 중국도 아우성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경제는 지금 경기 하강압력과 고물가가 병존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실토할 정도다.

내수경기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이 어느덧 97%에 달해 내수시장 활성화가 발등의 불인데도 더디게 돌아가고 있다. 더구나 지난 12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김정은체제 등장 이후 안보불안 요인도 가중되고 있다.

이 같이 안팎으로 경제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인데도 섬유ㆍ패션업계가 크게 겁먹지 않고 오히려 과욕을 부리고 있는데 대해 안도와 불안이 교차되고 있다. 대형밴더들을 중심으로 올해 수출을 기업당 1~3억달러씩 늘려잡고 있는 과감한 의욕에 대해 국외자들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수출시장이 고무줄처럼 늘어난 것이 아닐텐데 어떻게 그토록 매출목표를 늘릴 수 있을까하는 불가사의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들떠있다.

밴더들은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호언장담한다. 하긴 불황 때 고성장을 일궈낸 그들의 저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밴더들 뿐 아니라 직물, 니트업계 모두 위기를 기회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상황이 더욱 어려운 내수패션업계도 올해 자신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예고되고 있는데도 작년보다 보수적으로 올 매출을 책정한 회사는 거의 없다. 모두가 “예스위캔(Yes We Can)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들떠 있다.

때마침 수출이건 내수이건 섬유패션업계가 글로벌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백방으로 전력투구하고 있는 시점에 한 경제학자가 불황극복의 고단위처방을 제시해 귀가 번쩍 띄게 한다. 미국 UCLA경제학 박사인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는 지난 4일 경주 코오롱호텔에서 열린 대구ㆍ경북섬유패션인 신년세미나에서 ‘2012년 경제 전망과 경영전략의 포인트’에 대한 특강을 통해 평범하면서도 아주 중요한 처방을 제시했다.

그는 세계경제흐름으로 봐 올해 뿐 아니라 내년까지 어두울 것으로 진단하면서 불황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품질경영’을 제시했다. 기업현장 뿐 아니라 일상에서 귀가 따갑게 자주 듣는 품질경영이지만 그 논리는 확연했고 설득력이 있었다.

신교수의 지론은 “어느 회사이건 품질개선운동은 자나 깨나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기준과 방법이 자기회사기준인지 아니면 고객의 관점인지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점이다. 회사구성원의 잣대가 아닌 고객의 잣대로 품질을 평가해 세계 1등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유일한 처방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구체적인 실천방안까지 아울러 제시했다. 먼저 회사 CEO는 절대 외형확대를 직원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외형이 아닌 품질개선이 가장 큰 당면목표라는 점을 주지시켜야한다는 것이다. 또 품질은 극히 사소한 것부터 챙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3만개의 부품을 조립해 완성되는 자동차에 볼트, 낫트 한 개의 불량으로 자동차 전체의 품질신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어 품질은 추상적인 것이 아닌 실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불량률을 수치로 밝혀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품질에 대한 전직원 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품질담당부서뿐 아니라 전사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치 일본 도요다가 경비원까지 포함한 전사적 제안제도가 바로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품질관리를 시스템화시켜 일본 중공업체 이시가와시마가 처음 불량률 7%를 3년 만에 0.1%로 줄이고 다시 100만분의 1로 줄인 성공사례를 배워야한다고 제시했다. 반드시 품질성을 배워야한다고 제시했다. 또 반드시 품질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야하고 CEO의 추구목표 자체가 최고 1등 품질을 경영철학의 1순위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매출과 이익에 골몰하지 말고 품질에 매달리면 매출과 이익은 저질로 늘어난다는 논리다. 깊이 새기고 실천해야 할 확실한 처방이다.

우리 섬유패션업계도 이제 결코 경제위기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오직 위기만이 진짜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섬유패션CEO들이 불황을 정면돌파하려는 자신감과 사즉생(死卽生)각오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