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 정부가 FTA 협상을 개시했다. 한-EU, 한-미 FTA에 이어 한-중 FTA까지  우리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무역을 기반으로 한 대한민국 산업계의 특성과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기류가 맞물려 있다. 정치적 측면은 제외하고 순수 무역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섬유패션산업은 한마디로 찬밥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나 IT, 기계, 석유화학 업종에 비해 산업 규모(수출액 규모)가 작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중국에 양보 하는 품목이 될 수 있다. 생산 규모면에서도 중국에 경쟁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산업을 위해 버리는 자식 혹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한-중 FTA를 바라보는 섬유업계는 마음이 편치 않다. 한-EU, 한-미 FTA가 섬유산업에 수혜를 준다면 한-중  FTA는 이 수혜를 한꺼번에 빼앗아갈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업계가 더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섬유품목을 민감 품목으로 정해 최대한 시장을 늦게 열어 주겠다는 뜻을 천명하고 있지만 우리 업계는 이같은 말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EU FTA 나 한-미 FTA에서 섬유품목이 수혜를 입는다 해도 한-중  FTA가 체결되면 한꺼번에 모든 수혜가 날아가 버린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내수시장을 공략할 좋은 찬스가 된다며 한-중  FTA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나라 섬유기업이 중국의 내수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말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기능성 고부가 직물이나 산업용섬유, 패션 브랜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분야도 중국의 추격으로 호락호락 하진 않다.
지난 수년간 양국의 교역 통계치만 봐도 중국의 섬유패션산업이 얼마나 우리 업종을 잠식해 들어 왔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섬유분야에서 중국과의 무역 역조는 심각하다.
2011년 대중국 수출은 2000년 대비 13% 증가한 30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수입은 223% 증가한 65억 달러로 무역적자규모가 35억 달러에 달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중국산에 잠식 당해온 섬유품목이 한-중 FTA가 체결되면 이보다 더 심각한 양상이 전개될 것은 뻔한 예상이다. 

우리가 자동차나 IT, 석유화학 등의 품목에서 유리한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면 중국은 농수축산물이나 섬유의복 등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장을 확보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섬유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경기 침체에 직면한 중국 섬유업계는 FTA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업계는 막 시작된 한-중 FTA 협상을 예의 주시하며  보다 철저한 준비와 대응책을 세워 한-중 FTA 체결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 인사들은 물론 국회의원,통상 전문가, 언론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업계의 현실을 알리고 섬유업종이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업계 지도층이 적극 나설 때이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