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상하이(상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개최된[ ITMA ASIA+CITME (중국국제방직기계전람회) 2012]는 그동안 급성장을 거듭해 이제  세계 섬유기계산업의 공룡으로 우뚝 선 중국 섬유기계산업의 위력을 여지없이 과시한 행사였다.
중국 기업들은 전체 28개 참가국에 1,283개 업체가 출품한 12개 전시관에 133,200sqm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위용을 드러냈다. 중국 섬유기계기업들은 참가 업체 수, 업체 부스 규모, 다양한 출품 기종과 함께 성능 향상까지 돋보여 많은 해외 참관객들과 해외 참가기업들로부터 주목 받았다.
항천이라는 섬유기계 그룹은 10,000sqm 가 넘는 한 개 관을 다 차지하는 위용을 과시했다. 이처럼 중국의 상당수 참가기업들은 대규모 부스와 성력화 된 기종을 개발 2010년에 비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 섬유기계 시장에 급부상하고 있었다.

[ ITMA ASIA+CITME (중국국제방직기계전람회) 2012] 전시장 전경

특히 부스의 인테리어도 유럽기계 기업 수준으로 화려해지는 등 외관에도 신경 쓰고 있어 머지않아 중국이 세계 섬유기계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였다.  한국 업체의 경우 한국섬유기계협회를 포함해 27개 업체가 810sqm로 참가했다. 참가 업체수로 볼 때 전체규모의 2%를 차지했으나 한국 기업들은 거의 완제품 기계를 출품하지 않았고 대부분 1~2 부스에 부품과 카다록만 전시해 부스 면적은 전체의 0.6%로 매우 작았다.
세계 5위 수준의 한국섬유산업 규모와 세계 섬유기계수출 7위의 한국섬유기계의 위상에 비해, 아시아 최대 섬유기계 행사에서 너무 빈약한 면모를 보였다. 이런 수치가 입증하듯 한국섬유기계산업은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초라함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중국 섬유산업의 심각한 침체 속에서 치러진 이번 행사는 예상외로 참관객과 바이어들이 많았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업체들도 디지털, 제침, 부품 등을 중심으로 상당수 업체가 거대한 중국시장 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터키 등 아시아지역과 남미지역의 유력한 바이어들의 많은 방문을 통해 좋은 사업 확장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통적으로 섬유기계산업이 강한 독일, 이태리, 스위스, 일본, 등의 유명 섬유기계업체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었으며, 대만의 기계업체들도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유독 한국 섬유기계업체들만 이렇다할 출품기계 실물 기종을 볼 수 없어, 아쉬움과 함께 한국섬유산업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전체산업의 꽃이 자동차 산업이라면 섬유기계의 중심(꽃)은 고속워터제트, 에어제트, 레피어직기 등 첨단 직기 기종인데, 이를 생산하는 업체가 국내에는 전무해 시설 교체가 시급한 한국섬유산업은 값비싼 유럽이나 일본 직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실물 기계(디지털프린터기)를 출품한 디지아이(DGI)관

최근에는 중국 직기 메이커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값비싼 유럽산이나 일본 직기로의 시설교체가 어려운 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긴 하나 아직은 중국 기술이 이들 선진국에 못미치고 있는 상태다. 결국 우리나라에 직기 제작 메이커가 전무한 관계로 유럽과 일본산 직기를 비싼 가격에 구입해야 하는 상황하에서 시설 투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중국 섬유기계에 의존해야 할 형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ITMA ASIA + CITME 2012에는 참관단으로 12명의 한국섬유기계연구소 연구원들을 비롯해 한국섬유개발원과 염색기술연구소 등 20여 명 이상의 많은 연구원들이 현지에 파견돼 세계 각국의 섬유기계 비교 분석에 나섰는데, 막상 눈에 띄는 출품 개발기계가 전무한 한국섬유기계 업계의 현실에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현지에 파견된 한 한국섬유기계연구원은 "앞으로 국내 섬유기계업체들이  이렇게 큰 행사에 내놓을 실물 기계가 없다면, 과연 섬유기계연구소도 생존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년 전 국내 굴지의 STX그룹(회장 강덕수)이 국내 유일의 직기 메이커였던 [텍스텍]을 중국 기업에 매각한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텍스텍]은 초창기 쌍용중공업이 공을 들인 사업체였는데 수익 창출이 어려워 지면서 어려움을 겪다 STX그룹 계열사에 편입됐었다. 텍스텍 외에도 코오롱엔지니어링를 비롯해 금성정밀, 승리기계, 통일중공업 등이 직기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기술력을 축적해 왔으나 모두 유럽산,일본산 직기의 공세에 몰려 침몰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직기사업을 지켜왔던  [텍스텍]은 당시 고속 워터제트 직기의 국산화를 이룩했고 첨단 에어제트 직기도 선진국 기술에 접근한 상태였는데 STX그룹은 계열사들에 비해 성과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아까운 고속직기 제조기술과 첨단설비를 중국 산동성에 있는 모 직기업체에 매각해 버린 것은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엄청난 손실을 초래한 것임이 이번  ITMA ASIA + CITME 2012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 ITMA ASIA+CITME (중국국제방직기계전람회) 2012] 전시장 전경

돌이켜본건데 텍스텍의 매각은 오로지 매출확대와 이익추구에만 혈안이 돼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 재벌그룹사가 잘못 판단한 것으로 전체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책임과 함께 한국 섬유업계 전체가 되새겨 봐야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텍스텍의 침몰과 매각은 재벌 대기업외에도 그당시 국산 섬유기계를 외면했던 제직업계를 비롯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등 업계 단체와 정부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어쩌면 우리 섬유업계 모두가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 섬유기계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락하고 있는 한국섬유기계산업의 추가적인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시급히 섬산련 등 상위 단체들과 한국섬유기계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ITMA ASIA + CITME 2012에서 나타난 현상을 과소평가하거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한국섬유기계산업은 몰락과 함께 한국섬유산업도 경쟁력을 잃고 침체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아직 일부 남아있는 경쟁력있는 업체들- 예를들면, 일성기계와 이화글로텍, 대현테크 등, 염색가공기 업체를 비롯해 몇 몇 섬유준비기업체, 디지아이 같은 디지털 프린팅업체, 그리고 이번 전시회에는 출품은 하지 않았으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봉제기계업체와 편직기 업체, 삼성제침을 비롯한 제침 제조업체들과 정밀 부품업체들에 대해 국내 수요업체들이 보다 많은 성원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범업계 차원에서 적극적인 육성 방안을 수립 이들 기업에 대한 측면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섬유기계 제조기업들도 보다 차별화된 마케팅과 기술개발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한국섬유기계연구소가 중심이 돼 한 개 정도의 첨단 에어제트직기나 레피어 직기 제조업체의 부활 방안도 한번쯤 모색해 봤으면 한다.

[ ITMA ASIA+CITME 2012]가 개최된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

섬유기계산업의 추락을 우리 섬유업계가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고 방치 한다면  머지않아 중국 섬유기계업체들이 한국섬유산업에 깊숙히 파고들어 활개 칠 날이 곧 올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원사(화섬, 면방) 소재에서부터 봉제 완제품에 이어  섬유기계, 부품까지도 한국섬유산업이 모두 중국 기업에 종속된다면 한국섬유산업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2년 후에 열리는 다음 ITMA ASIA 2015 행사에서는 한국섬유기계업계가 이번 행사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피해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섬유업계가 애정어린 관심을 갖고 한국섬유기계산업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