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지적재산권 소송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삼성전자가 한국 내 소송에서 이겼지만 미국 안방에서 패소해 1조 2천 억원에 달하는 배상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을 거울삼아 우리 섬유패션업계도 지적재산권 문제에 더욱 치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섬유패션업계도 그동안 지적 재산권 문제로 피해를 본 기업이 많았다. 침해를 당해 제소 한 기업도 있었고 역으로 제소를 당해 망신은 물론 손해배상을 해 준 기업도 있었다.

가장 큰 규모의 제소는 최근 벌어진 아라미드섬유 특허 침해 제소였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버금가는 배상 판결이 내려진 사건 이였다. 듀폰이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아라미드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2011년 9월 미국 연방법원은 9억1천990만달러(한화 약 1조원) 의 손실을 인정한다고 평결한 바 있다. 이 역시 미국기업과 한국기업의 대결이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항소한 상태인데 다시 패소할 경우 수 십 년간 헛고생을 한 셈이 된다.

한일합섬이 원천 기술로 개발한 라이오셀도 특허 문제로 곤욕을 치룬 바 있다. 차세대 소재로 각광 받고 있는 탄소섬유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앞으로 특허 문제를 조심해야 할 품목 가운데 하나다. 화학섬유(화섬)분야는 걸면 걸리는 특허 문제가 수두룩하다. 원천 기술이 대부분 선진국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천 기술을 보유했으면서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례도 많아 안타깝다. 우리나라가 어릴 때부터 창조적인 과학자를 양성하고 원천 기술 개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T기업들의 대규모 특허(지적재산권)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특허 분쟁은 업종의 특성과도 연관이 깊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IT제품의 혁신이 가져온 산물이다.

IT제품과 마찬가지로 패션도 유행의 변화 속도로 볼 때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런데 패션분야는 삼성전자 VS 애플 같은 초대형 기업들의 특허분쟁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특허 침해가 없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IT제품 못지않게 패션분야에서도 디자인 카피, 유사 브랜드 모방(상표권 침해)이 심각한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탈리아 패션산업이 나락의 길로 떨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만연된 카피 때문 이였다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을 정도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나온 디자인이 얼마 안 돼 뉴욕의 고급 백화점과 전 세계 유통점에 삽시간에 퍼지기 때문에 이탈리아 패션기업들의 설 자리가 좁아 졌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카피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심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국의 명품 브랜드 카피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패션제품은 물론 자국 내 유명 브랜드까지 무분별하게 카피가 성행하는 국가로 이미 낙인 찍혀 있다. 실제 중국을 돌아보면 재래시장에 조잡하게 모방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재래시장의 모방 제품은 진짜와 구별이 확연하게 들어나기 때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진짜와 구별이 안 되는 정교한 모조품이 지하로 엄청나게 나돌고 있는 것이 문제다. 최근 중국 정부에서도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빠른 시간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명품,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의 디자인,  브랜드 카피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집중적인 단속이 이루어지지만 수시로 터져 나온다.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에서 나온 카피 제품을 놓고 진품인지 모조품인지 구별하지 못했다고 하는 말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렇게 패션제품에서 카피제품이 범람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애플 같이 소소한 부분을 놓고 벌이는 소송전은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삼성전자와 애플은 핸드폰의 모서리 둥근 부분을 놓고 모방 했니 안했니 하면서 싸우지만 패션에서는 이런 것은 소송거리도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트집 잡아 소송 하려 한다면 한도 끝도 없고 소송만 하다가 날이 샐 것이다. 같은 모양의 디자인을 첨가해 넣거나 약간 변형시킨 디자인들은 수도 없이 많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에서는 완전한 모방 즉 눈으로 확인되는 것만 찾아내 소송하기에도 벅차다. 이런 경우 소송이나 법적공방까지 갈 필요도 없다. 고소, 고발에서 결말이 나는 경우일 것이다. 결국 경찰이 모조품 업체를 덮쳐 만들어 놓은 제품을 수거하고 업자를 구속하는 단순한 절차만 있을 뿐이다. 이것도 글로벌 명품기업이나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자금력 있는 대기업들이나 할 수 있는 대응책이다.

상당수 섬유패션 기업들은 중소기업이여서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이나 인력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은 두 기업이 돈 자랑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소기업이라면 어느 한쪽이 디자인이나 기술을 침해 했더라도 소송비용과 인력 부족 때문에 엄두를 낼 수 없는 싸움이라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섬유패션 업종에는 이런 억울한 사례가 종종 일어난다.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먼저 개발하고도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제대로 안 해 당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기술을 가로 채거나 디자인을 무단으로 가져가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학생들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카피해 생긴 사례가 이를 잘 입증한다.

이처럼 패션에서는 누가 봐도 모방한 게 맞다는 결론이 내려지는 제품에 대해 테클을 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제품 디자인은 물론 브랜드까지 정교하게 베끼는 형태 즉 100% 올 카피인 셈이다. 카피하는 업주들도 잘 알려진 기업이 아니라 영세업자들이 많은데 이들은 카피해 팔고는 튀어버리는 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기술이나 디자인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례 보다는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고 들키면 도주하는 행태가 더 많은 것이다. 이들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고 손해 배상을 물리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이런 침해 사례 외에 부분적으로 디자인을 베겨 교묘하게 피해나가는 행태와 브랜드 이름을 비슷하게 해 빠져나가려는 행태도 많다. 브랜드 이름을 한 두자 정도 다르게 해 혼돈을 주는 사례는 가까운 우리 업계내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은 우리 업계와는 다른 양상이지만 이 소송전을 보면서 우리 업계의 기업들도 다시한번 지적재산권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할 시점인 것 같다.

FTA 확대와 함께 미국을 위시해 선진국들이 앞으로 자국 기업 보호(보호무역주의)를 위해 지적재산권을 광범위하게 행사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사진(이미지) 판매 기업들이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무차별 저작권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나 최근 명품업체가 유흥주점을 상대로 브랜드 사용료를 청구한 것 등은 바로 이런 가능성을 암시하는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옷이나 원단을 들고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은 더욱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특히 해외 유명 전시회에 참가하는 섬유패션 기업들의 경우 남의 디자인을 도용한 것이 아닌지 또 역으로 우리 디자인을 도용당하지 않을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또한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기업 역시 제조공법이나 기술이 문제가 되지 않을지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다.(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