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수분을 먹고 살고 사람은 꿈을 먹고 산다.” 사람은 비록 속고 살지언정 오늘이 팍팍하고 어려워도 내일은 나아질 것이란 희망 속에 산다. 희망이 없다면 그것은 죽은 목숨이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한해를 설계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지혜를 동원하고 노력을 경주한다.

개인이나 집단, 국가를 막론하고 새해엔 으레껏 시무식이나 특별 화두를 통해 한해의 희망이 담긴 청사진을 제시한다. 국내 섬유패션단체의 총본산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매년 성대한 신년인사회를 개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올해도 지난 4일 섬유센터에서 정부와 국회, 업계, 단체대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섬유패션인 신년인사회를 가졌다. 공사다망한 개개인의 사정을 넘어 한 장소에 모여 정담을 나누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짐했다.

박 당선자, 김총리 미덥고 고맙다.

특기할 것은 매년 열리는 이 행사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소 다른 아주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인이 직접 참석은 못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특별히 축전을 보내 섬유패션인을 향해 정중하면서도 다정한 인사를 했다.

“우리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섬유패션인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섬유패션산업이 큰 도약의 발판위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육성의지를 밝혔다. 언뜻 보면 당선인의 의례적인 인사치례로 넘길 수 있으나 그 많은 업종별 신년인사회에 이례적으로 정중한 축전을 보내 인사하는 것은 무심 이상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 여하에 따라 해당산업의 성장과 퇴영이 판가름 나는 우리 현실에서 섬유패션산업에 대한 대통령 당선인의 각별한 관심은 아주 색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 4강 섬유패션강국을 향해 갈 길이 멀고, 정부의 지원육성 의지가 절실한 상황에서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물론 대통령 당선인의 섬유패션산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표명은 대구가 갖고 있는 지역적 연고로 평소 이 산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간파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그러나 세상사 모든 것이 눈에서 가깝고 멀기에 따라 마음도 함께 움직인다는 엄연한 사실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노희찬 섬산련 회장을 중심으로 이시원 회장((주)부천회장)등과 각별히 소통하는 채널이 형성된 것이 큰 작용을 한 계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앞으로 지금까지 보다 훨씬 많은 정부 지원정책을 기대하기 위해서도 당선인과 소통할 수 있는 업계 지도자와 중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와 함께 우리 섬유패션인들이 이 시점에서 특별히 명심할 것은 정부의 훌륭한 공직자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김황식 국무총리이다.

김총리는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섬산련이 주최한 섬유패션인 행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해 섬유패션산업을 격려하고 고무시켰다. 촌치의 여유가 없는 바쁜 국정 속에서도 섬유패션인의 신년인사회와 섬유의 날 기념식, PIS(프리뷰 인 서울)까지 1년이면 세 차례 빠짐없이 참석해 섬유패션인을 격려했다.

전공도, 출신지역도 거리가 먼 섬유패션산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행사 때마다 빠짐없이 귀한 시간을 할애한 김총리의 성의를 깊이 간직해야 한다. 공사석에서 섬유패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세계 4강으로의 도약을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는 강한 신념을 피력해온데 대해 우리 섬유패션인은 일종의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업의 발전만 제대로 이뤄지면 그만이지 참석인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폄하도 있을 수 있지만 산업별 행사에 장관이 참석한 것과 대통령이나 총리가 참석하는 것은 천항지차다. 정책을 다루는 정부 당국자의 시각과 사고뿐 아니라 타 업종에서 바라보는 시각 또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대전제에서 역대 총리중 섬유패션산업 관련 행사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친섬유패션 김총리의 관심과 노고를 깊이 간직해야 한다. 노희찬 섬산련 회장이 “김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섬유패션인들은 퇴임 후에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말을 바꿔 이같은 박 당선자와 김총리의 섬유패션산업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는 달리, 올해 섬유패션업계의 기상도는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훨씬 많아 걱정이다. 단순 흐림 정도가 아니라 비가 오고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올해도 완전히 걷히기 어려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 경기도 회복속도가 기대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도 중남미도 그다지 밝은 징후가 없다. 내수경기도 발등의 불인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아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어디고 쾌청한 날씨가 안 보인다. 한국은행이 국내 경제성장률을 2.8%로 내려잡은 것도 이같은 국내외 사정 때문이다.

더구나 설상가상으로 경기불황에 더욱 큰 악재는 환율이다. 원ㆍ달러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벌써 1050원 선이 위협받고 있다. 일부 경제연구소는 올해 달러당 1000원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겁을 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일본엔화는 급속도로 약세로 반전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수출의 버팀목은 환율덕이었다는 점에서 결정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원화강세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커버할 방법도 쉽지 않다. 우리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의 개입여지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경기불황에 원화급등, 내수침체란 트리플 악재가 올해 우리 섬유패션경기 회복에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특별한 비상구가 없는 한 앞이 캄캄하다는 얘기다.

쥐 잡는 데는 천리마보다 고양이가 제일

그러나 경기 탓만 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한가하거나 무기력한 것만은 아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난 4일 경주 코오롱호텔과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코오롱FM 주최 섬유패션인 신년세미나에서 특강을 한 신세돈 숙명여대교수는 여기에 해답을 제시했다. 불황을 극복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현명한 처방은 바로 품질경영이라고 강조했다.
품질경영은 말로하듯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한 처방이라면 총력을 경주해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려울수록 정공법을 채택해야 한다. 품질경영은 호황 때나 불황 때나 유일한 경영전략이다. 이것을 자칫 소홀히 하면 해당 기업은 하루아침에 조난당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구멍을 파는데는 칼이 끌만 못하고 쥐 잡는 것은 천리마가 고양이만 못하다.” 불황일수록 호황에 대비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품질경영이 가장 확실한 고단위 처방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