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기라성 같은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추락해 개망신 당했다. 반면 대한민국과 중국, 호주는 신용등급이 올라가 경제 우등생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경제우등생 답게 샴페인을 터뜨리며 올해 우리나라 복지예산이 100조원으로 늘어났다. 국가 전체예산의 3분의 1 가까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국가재정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흥청망청 나눠줄 여유가 없다. 실제보다 훨씬 과대 포장된 허장성세에 도취돼 있는 것이다.

물론 줘서 싫다는 사람 없다. 문제는 재원확보다. 개인이 짊어지고 있는 가계부채만 1000조원에 달한 것이 아니라, 국가부채도 744조(2011년 기준)에 달한 부채공화국이다. 세계경제가 완전 회복되려면 2019년이 돼야 가능하다는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예언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도 5년 임기 내내 경제위기와 시름해야 하는 것은 받아놓은 밥상이다. 발등의 불인 일자리 창출약속부터 삐끗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현재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이 5%를 유지해야 된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했던 이명박 정부도 지난 5년간 연평균 3%성장에 머물렀다.

3%성장하면 쏟아지는 생산인구 중 10만명 정도가 일자리를 못 구한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후하게 잡아 2.8%인 상황에서 고용흡수가 녹록치 않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은 배부르고 등 따듯해야 고분고분하지 살기가 팍팍하면 분열과 대립이 심화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글로벌 경제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무슨 용빼는 재주로 우리경제가 나홀로 활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개인이건 국가건 벌이가 시원치 않으면 씀씀이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야 하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곳간에 다소 여유가 있다고 곶감 빼먹듯 인심 쓰며 나눠주면 거덜 나는 것은 묻지마라 갑자생이다.
때마침 자칫 그리스 꼴이 안되기 위해 복지로 퍼주는 예산낭비를 여권에서까지 걱정하는 출구전략을 논의했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득달같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라는 것이냐”며 당선자 측이 버럭 역정을 냈다고 한다.
물론 정치는 신뢰이고 약속은 지켜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가난은 나라도 감당 못한다고 했다. 국가재정과 백년대계를 위해 대선공약을 일부 수정하는 것이라면 국민들의 질그릇 깨지는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마디로 요즘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벌겠다는 목소리는 안들리고 더 많이 인심 쓰며 쓰겠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복지 선진국 그리스가 왜 저 모양 저 꼴이 되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말을 바꾸어 요즘 시정에는 이명박 정부의 최대 치적인 4대강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4대강에 대한 당위성과 효율성을 입에 침이 마르게 홍보하던 정부가 정권교체기에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쥐구멍을 찾는 형국이다.

4대강 전체 보(洑) 16개중 15개가 부실해 수질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로 국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 예산, 저 예산 다 끌어 22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은 결과가 엉망진창이었다니 분기충천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지만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진리이다.
지난 번 4대강 유역에 새파란 녹조가 낄 때만해도 이 핑계, 저 핑계 변명하더니 이번 감사원 조사결과 고인 물 때문이라는 사실이 공식 확인돼 얼굴을 못 들게 됐다.

가뜩이나 4대강에 대한 의혹과 비판여론이 높은 과정에서 MB정부 성토에 기름을 부은 것은 심각한 전력난이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4대강중 한 두개를 먼저 해보고 장단점을 봐가며 추가로 단계별 완공을 했어야지 뭐가 그리 급해 한꺼번에 속결하려다 “맹탕공사를 자초했느냐”는 비판이다.

22조원에 연간 수질관리 등에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대역사(大役事)보다 더 급한 발등의 불이 전력생산 확대였다. 줄잡아 발전소 1기당 5조원 이상이 소요되고 공사기간도 5~6년이 걸리는 발전소 2기정도 더 건설했으면 지금과 같은 전력 비상상태는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산현장의 전기공급을 조절해 겨우 블랙아웃 위기를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발전소 한 두곳만 이상이 생기면 전력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불과 3년 전까지 전기가 남아돈다고 큰 소리 뻥뻥치더니 이 엄동설한에 국민을 블랙아웃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추세로봐 ‘올 겨울’ 전력위기뿐 아니라 여름 찜통더위에도 이같은 고통을 계속 감내할 수밖에 없어 국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력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얼씬하면 고리원전, 영광원전 몇호기 고장이 불거지니 국민은 암흑세계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리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가경제의 엔진인 산업현장의 고통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력공급을 제한하면서 생산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얼씬하면 전력료를 올려 경쟁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평균 4.9%의 전기요금을 올리더니 불과 5개월만인 새해 벽두부터 산업용기준 4.4%를 올렸다. 만만한게 뭐라고 산업용 전기를 편중 인상해 2000년 이후 주택용이 9.0%인상되는 동안 산업용은 무려 78.2%나 인상됐다.

특히 섬유산업은 365일 24시간 가동업종이 많아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경쟁력 추락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면방업종은 제조원가에서 전력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 화섬이나 제직ㆍ가연ㆍ연사ㆍ염색 등도 20%를 넘는다.

인건비, 물류비 모든 것이 비싼 나라에서 유일하게 양질의 전기와 비교적 낮은 전력료가 그마나 제조업 경쟁력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미 그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침소봉대 원전공포 경계해야

전력료 운영에도 합리적인 체계가 필요하지만 이 또한 비합리적인 운영체계다. 평일에는 몰라도 예비전력이 풍부한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는 경부하 시간대로 적용해야 함에도 비싼 중부하요금을 고집하고 있다. 경부하요금이 중부하요금의 60%에 머물고 있는 점을 활용해 산업현장의 경쟁력을 키워야 함에도 한국전력은 들은 체도 안한다. 오죽하면 열 받은 섬유산업계를 대표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전력요금 인상에 따른 적용기준 변경을 박근혜당선인 인수위원회에 전격 건의했겠는가?

또 국외자의 편견인지 몰라도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 너무 집착해 공포감을 가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본국민들이 전력료가 비싸고 전력이 크게 달려 암흑세계에 몰리는 곳이 많고 기업의 엑소시스가 늘어나 실업자가 증가하자 국민의 70%가 원전건설을 환영하는 최근의 조사결과를 눈여겨봐야 한다. 원전은 석탄의 2분의 1, 액화천연가스(LNG)의 5분의 1, 기름의 6분의 1값이면 같은 양의 발전이 가능한 경제성을 갖고 있다. 더구나 후쿠시마 같은 원전사고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신기술이 5년이내 실용화된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이같은 점을 직시해 철저한 안전을 전제로 가정이나 산업현장의 전력 블랙아웃 공포를 하루빨리 해소시켜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