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의 돌아가는 통박이 억장이 무너지고 부아가 치밀게 한다. 맞아 죽어도 어느 놈 매에 맞았는지도 모르고, 비행기 타고 가다 독사에 물린 코메디성 헤프닝도 줄을 잇는다.

3.20 서울 사이버테러로 IT강국 기간망이 마비됐는데도 심증은 가도 확증이 없다는 애매한 소리만 반복한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이어 사이버 공격까지 빨치산수법이 뻔한데도 확증이 없다니 복통이 터진다.

한두번 당한 것도 아니고 2009년 정부사이트 공격과, 2011년 농협전산망 공격에 이어 이번이 6번째인데도 매번 당하고 나서 사후 대책회의만 거듭한다. 미사일이나 대포공격 못지않게 가공할 사이버 공격이 무서운데도 유비무환(有備無患)을 모르는 높은 사람들이 한심하다.

얘기는 다르지만 국민에게 허탈한 탄식을 안겨준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강부자’인사가 사라진듯 싶어 기대를 걸었으나 걱정거리가 또 생겼다. 길어야 2~3년인 장ㆍ차관자리가 무슨 팔자 고칠 자리라고 평생 모은 재산 포기하고 입각 할 얼간이가 어디 있겠는가.

한국의 섬유산업 미래가 안보인다.

미국으로 돌아간 김종훈도 그렇고, 중소기업 대통령 됐다고 춤추던 황철주도 ‘에비’하고 떠났다. 마지막까지 버티다 않되니까 뒤늦게 자진사퇴한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는 언론검증에서 치명적인 흠결이 발견돼 장관 적임자가 아니었다.

모든 공직자에 대한 잣대가 마찬가지 이지만 법무부 차관자리는 법률적ㆍ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해야할 지위다. 그럼에도 파렴치한 성접대 연루의혹에 휘말려 낙마하는 코메디성 헤프닝이 벌어졌다. 청와대 검증시스템이 고장 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다소 위안을 느낀 것은 여ㆍ야간 삿대질로 진력이 난 정부 직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이다. 양심에 털난 정치인들이 국민의 따가운 눈총에 뒤늦게나마 정신 차린 것은 다행한 일이다.

본질문제로 들어가 지난 20일 아침 섬유센터에서 열린 섬유ㆍ패션인 CEO조찬포럼(Tex+Fa)에서 우리 섬유산업이 놓여 있는 현주소와 미래가 여과 없이 조명돼 큰 관심을 모았다. 특강을 맡은 화섬경영의 귀재 감창호 코오롱 대표이사가 경영현장에서 보고 느낀 실상을 토대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처방까지 금과 옥조 같은 명강의를 했다.

김사장의 논리대로 전통 섬유산업의 정의는 화섬과 면방, 모방, 직물, 염색, 봉제 등 업ㆍ미ㆍ다운스트림으로 해석을 할 수 있다. 패션은 역사도 짧지만 본질적으로 섬유로 볼 수 없어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60년대 이후 거의 40년 동안 고도성장을 하면서 국가기간산업으로 정착한 후 90년대 말부터 10여년간 극심한 불황기의 조정을 거쳐 수많은 기업들이 조난됐다는 것이다.

타율에 의한 구조조정을 10여년간 거치면서 남아있는 기업들은 비교적 안정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봉제산업은 국내 생산기반이 완전 붕괴됐고 한국에 포진하고 있는 막강한 밴더들은 해외 소싱기지에 대규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김사장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섬유산업의 현주소에서 한마디로 새로운 돌파구가 없는한 미래가 없다고 비관론을 직설적으로 강조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서 3만달러로 가는 도정에서 인력난과 고임금으로 인한 성장동력이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돌파하는 순간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과 맥락을 같이 했다. 더구나 지하경제 규모가 엄청난 우리의 현실에서 공식 수치보다 실제 국민소득은 1인당 3만달러 시대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바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면방, 화섬, 모방, 직물, 염색 등 전통 섬유산업의 생존이 가능하느냐 하는데는 강한 의문부호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겪고 있지만 생산현장에 사람이 없고 고임금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왔기 때문이다.

섬유선진국 일본의 전성기가 한국으로 넘어왔듯이, 우리의 전성기 역시 해가 저물어 기울고 있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는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FTA는 자유무역협정이지만 이것은 친한 사람까지의 교역일뿐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악재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섬유가 가장 수혜자가 될 것으로 홍보하던 한ㆍ미FTA도 발효 1년을 결산해 본 결과 신기루에 불과했다. 관세즉시철폐 혜택을 받게 된 의류제품 생산기지가 복원되지 않아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미 중국 앞에 한없이 작아진 우리 섬유산업은 한ㆍ중FTA란 무서운 핵폭탄이 엄습할 날이 멀지 않아 공포감을 떨칠 수 없다. 화섬, 면방, 직물 가릴 것 없이 중국의 1개회사 생산캐퍼가 우리나라 전체 생산캐퍼보다 큰 규모경쟁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국의 최신설비투자는 한국을 훨씬 능가하고 있고 아직도 저렴한 임금과 잘 갖추워진 각 스트림별 연관산업으로 중국 앞에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냉철히 진단했다.

그러나 길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국의 섬유산업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개성공단 활성화에 있다고 제시한 것이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긴장이 고조돼도 개성공단만은 무풍지대인 것은 남북 모두 개성공단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실히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낙관했다. 풍부한 양질의 노동력과 연장근무를 포함해 월 100달러 수준의 개성공단 경쟁력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다는 점을 세삼 강조했다.

아직은 내수용에 국한되고 있지만 한ㆍ미FTA협상에서 역외가공 인정가능성을 열어준 것처럼 수출이 이뤄지면 우리의 섬유산업은 새로운 르네상스가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섬유인이 궐기해 라디오효과 내야

퍼주는 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개성공단을 더욱 확대하여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조성되면 원부자재 100%를 남쪽에서 보내고 있는 우리의 섬유산업은 다시 전성기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경공업산업의 미래인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해 남북양측에 정경분리 원칙을 적용하는 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퍼주기로 왜곡하고 있는 정부나 보수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요하면 섬유인들이 모두 나서 궐기한 필요가 있다고 개성공단의 활성화를 촉구했다.

섬유분야 실물경제의 대가인 김 사장은 끝으로 섬유산업의 인재양성을 주문했다. 미국국방백서를 인용해 항공모함을 건조하는데 9년이 걸리고, 신형 전투기 개발에 10년이 걸리지만 대대장 양성은 18년, 대대 주임상사 양성에 22년, 기갑사단장을 양성하는데 28년이 소요된다는 예증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섬유산업에 중장기 인력양성 투자가 급선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같은 김 사장의 주장은 필연적인 논리이고 현실적인 대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