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美, 수출주도국가에서 거대 부채국가로 전락
ㆍ 중국 위안화 절상 요구에 진퇴양난 점진적 수용 높아
ㆍ 장부상 자산가치 믿을 게 못돼 … 가계부채 줄여야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지난 14일 개최한 신년세미나에서 시골의사로 널리 알려진 경제비평가이자 신세계 연합의원 박경철 원장이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글로벌 경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 발표한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주 註).
 
세계는 재정적자의 위기로 풍전등화

박경철 원장은 미국의 재정적자로 인한 파급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50년대에서 70년대 중반까지 미국은 수출주도형 국가로 발전해왔으나 80년대 들어서과거 근면, 성실의 문화가 사라지면서 소비위주의 사회로 이어져 재정의 악순환을 가져왔고경기부양책으로 작년부터 세계 금융통화인 달러를 무한정 생산하면서 달러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원인을 낳으며 거대 부채국가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앞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최대한 가계지출을 줄이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측했다.

박 원장은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의 저축률이 높아지면서 소비가 줄었다”며 “미국인들이 예전처럼 흥청망청 과소비를 하기 보다는 아껴서 저축하자는 생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실질적인 경기부양이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국채발행으로 중국과 한국, 일본 등에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어 위기를 타개하기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결국 미국이 선택한 것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해 엄청난 무역수지와 거의 동시에 물밀듯이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 자금을 쌓아놓았지만 환율은 이를 반영한 균형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지속적으로요구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내륙지역과 해안지역의 불균형적인 경제성장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으로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요구를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어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고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도 덩달아 절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유로통화 역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유럽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쳐 관광업과 해운업에 의존하고 있는 그리스와 동구권 여러 국가들의 재정적자 폭이 깊어졌고 이로 인한 유로단일 통화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세계 경제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 하락세의 반등으로 상승무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단순히 기저효과에 불과할 수밖에 없어 세계 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박경철 원장은 먼저 올해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칠 외부적 요인으로 미국과 중국경제의 회복에 따른 변수를 꼽았다.

무역의존도가 80%를 넘는 국내 실정을 감안한다면 우리 제품을 미국인이나 중국인들이 소비를 늘려 사주지 않으면 우리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박 원장의 전망은 밝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다. 위기를 대비해 적절히 대처하고 대응해 나간다면 위기도 기회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된 중국 경제도 내년에는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원장은 “중국이 줄어든 수출 대신 내수를 확장하려고 금융위기 이후 국내 총생산(GDP)의 30%가 넘는 10조 위안을 시장에 투입했지만 경제는 고작 8% 성장에 머물렀다”며 중국경제의 낙관을 속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의 유동성은 주로 효율성이 낮은 국영기업에 공급되면서 이 중 상당 부분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자산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따르고 있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것이 이유이다.

박원장은 “중국인들의 국민소득이 3천 달러를 넘어서면서 사회적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시위 건수가 증가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앞으로 중국 정부가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중국경제가 한국경제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전문가에 따르면 위안화 절상은 수출이 결정적으로 증가세로 돌아서고, 세계 경제가 확실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중국 정부가 확신하게 될 때쯤인 금년 2분기 정도에 점진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1달러 대비 평균 6.83위안이던 환율이 오는 금년말까지 6.5위안 수준으로 절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계부채 줄이고 저축은 늘려야

박 원장은 국내 경제에 대해 외부보다 내부변수가 더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 부실 문제로 위기의 경보음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것인데 가계의 저축은 줄고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97년말 외환위기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평균 10%가 넘는 가계 저축률 덕이었다”며 “당시 퇴직자들은 저축을 이용해 자영업자로 거듭날 수 있었지만 현재 가계의 저축률은 2~3%대로 외부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가계가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의 평균 부채는 4,200만원으로 중산층은 사교육비 지출 증가와 내 집 마련을 위해 대개 1억 원 이상의 빚을 내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가계는 집값 등 자산시장 급등에 대한 기대심리로 빚을 내 생활하는 것에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게 될 경우 은행이 가계에 주택담보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이 집값이 오르면서 자산가치에 기댄 과소비가 이어져 소비지출을 늘렸고 2006년말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모든 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을 단편적인 예로 들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인 50대의 연령층이 퇴직하면서 현금자산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하고 주택을 2~3채씩 보유한 부동산 투기업자들도 매물을 동시에 내놓아 부동산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임대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박 원장은 “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개인은 빚을 갚을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은 빚을 줄이고 자신을 보호할 있는 최소한의 저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하면서 “환율상승으로 수출기업들이 올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면 환율상승으로 고생한 국민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리 김영도 기자 tinnews@tinnews.co.kr